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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서향반 학생들은 공부삼매경에 '풍덩'
2010-07-22 16:20:20최종 업데이트 : 2010-07-22 16:20:2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베개로 써도 무방할 것 같은 두꺼운 책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본다. 도대체 무슨 원수지간 이 기에 저렇게 매서운 눈으로 노려볼까?' 

청명고 서향반 학부모 명예교사 순번이 다시 돌아왔다.  여름 방학이 시작됐지만 서향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겐 '여름방학'이란 단어는 의미 없는 단어였다.  겉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수는 지난 1팀에 비하여  많이 적어졌다. 

청명 서향반 학생들은 공부삼매경에 '풍덩'_1
청명 서향반 학생들은 공부삼매경에 '풍덩'_1

서향반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하는 6시가 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로 돌아와 주변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돈하며 공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해가 지지 않은 실외의 날씨는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집에서 걸어오는 동안에도  뜨거운 열기로 민망스러울 정도로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서향관으로 들어서자 앞 뒤 넓게 펼쳐진 초록의 장과 냉방시설이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재와 공책, 그리고 필기구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매일을 하루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정이 부럽다. 

시험 감독을 몇 년째 하는 남편의 말이 생각났다. 

많은 수험생들 중에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어,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없어 시험합격에 대한 믿음을 준단다. 가지런하게 묶은 운동화 끈까지도 예쁘게 보인다 했던가? 

앞머리가 내려와 자꾸 눈을 찔러, 한 여학생은 깻잎머리처럼 착 붙여 머리 가운데 큰 핀으로 고정시켰다.  정면으로 보이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외모에 신경 안 쓰고 문제 풀이에 열중하는 학생은 분명 크고 달콤한 결과의 열매를 거둘 것이다. 

양파를 연상하게 하는 짧고 동글동글한 머리모양이 단정함의 기준이 되었다.  복사꽃처럼 화사한 표정에서 피곤함과 짜증스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색색의 펜으로 보기 쉽게 줄치고 책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깨알같이 적어 놓은 글씨들이 사전을 만들었다. 

부모님께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대견스러워할까? 미동도 하지 않고 오직 글씨 쓰는 사각사각 연필의 움직임.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소음으로 느낄 정도의 정숙함이 명예교사인 필자를 붙박이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 자신도 다시 공부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서향반 학생들처럼 공부삼매경에 빠졌더라면 지금의 나 보다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아쉬움이 남았다.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서당에서 공부하던 시절 글공부에 매진하던 과거나 지금의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해가도 학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항상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야간자율학습  1부가 끝나고 돌아오는 시각 운동장에서 돌아다보는 서향관의 불빛은 오늘 유독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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