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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
제부도 나들이
2010-07-12 18:04:40최종 업데이트 : 2010-07-12 18:04:4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제부도 가보고 오랫동안 생각에 두지 않고 지냈다. 지난 직장에서 함께 생활했던 지인이 예고도 없이 점심 약속을 청해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반가운 마음에 그러자고 했는데 제부도까지 왔다. 평소에 지인은 길치임을 천명하고 있었기에 아저씨가 운전기사 역할을 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은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반가워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길바닥에서  다 들을 태세로 얘기가 끊이지가 않았다. 동생이 동승해 출발했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나무들과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포도 봉지와 복숭아 봉지를 싼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예전에 멀게 느껴졌던 곳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그동안 무심함을 알게 되었다.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1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1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2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2

바다와 가까워지자 바람에 날리는 공기는 짠 기를 듬뿍 담고 있었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휴일임에도 행락객은 예상 밖으로 많았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해안산책코스도 생겨났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거의 2년 만에 만난 우리는 주의 사람의 시선도 무시하고 연신 그동안의 많은 일들에 대해서 누가 덜 할 것도 없이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넓은 바다 풍경보단 수다 해소가 시급했던 터라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의 속살을 드러낸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끈적거릴 것 같은 갯벌에 날씨는 덥고 습도가 높아서 어쩌다가 살이 닿아도 끈적거려 산책로는 더 없이 잘 되어 있었지만 다 즐길 수가 없었다. 

해물찜을 맛있게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구경하는 창밖의 바다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시커먼 바위틈에서 무언가를 잡는 아이들 모습이 이중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액자 속의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팔과 다리에 뻘모래가  시커멓게 얼굴까지도 묻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왔던 제부도는 제방이 포장되지 않아 먼지가 날리고 둑에 간신히 서서 망둥어 낚시를 했었지만 오늘은 낚시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미끼로 쓰이는 지렁이와 1000 원짜리 대나무 낚싯대만 있어도 줄줄이 올라오는 망둥어 잡는 재미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시간 보냈던 기억이 흑백의 영화의 필름처럼 새삼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얼큰한 해물찜과 시원한 후식까지 먹고 나니 마음이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끈적거리는 짠바람이 짜증스럽게 느껴졌었는데 그래도 산책 할 정도는 된다고 여겨졌다. 나무다리 길 걸을 때마다 나는 또각또각 샌들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졌다. 

차로 얼마 달리지 않아서 궁평항이 나왔다. 바다 위에 있는 낚시터에는 전국의 강태공들이 다 모인 듯 행락객 보다는 낚시꾼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인지 고기들이 모두 도망가고 없나보다. 
바다 위의 바람은 시원했다. 아스팔트 위의 바람과는 비교 되지 않을 만큼 상쾌했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방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고기가 다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한참을 낚시의 끝을 보고 있었지만 잡히는 고기는 피라미 한 마리 없었다.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3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3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4
오래 된 인연이 더 좋다_4

멀리 보이는 정박한 배들이 인상적이다. 언젠가 제주도에서 보았던 풍경과 같았다. 그때는 태풍을 피해 인근의 배들이 안전하게 정박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곳은 장마가 올라온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안전한 곳으로 피한 것일까?

가끔 주변의 지인들은 말한다. 
"너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딱 꼬집어서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스스로도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은 새로 사귐을 시작하는 인연은 별로 없다.  '집안퉁수'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온 인연을 잘 정리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한 해 한 해 가다보니 10년 지기가 되고 20년 지기가 되었다.  술과 사람은 오래 될수록 좋다고 했는데 오늘처럼 예고 없이 다가온 만남은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 같은 기쁨을 주었다.

제부도, 바다, 갯벌,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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