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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보다 이별을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상처받는 것은 이별 자체가 아니라 이별 후의 공허함
2008-06-05 09:18:33최종 업데이트 : 2008-06-05 09:18:33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찬우가 마침 일어났습니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아빠를 보더니 안아 달라고 합니다. 
제가 가방을 메는 모습을 보더니 이내 표정이 울상이 되길래 얼른 가서 안아 주었습니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벌써 3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찬우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 회사 갔다 올께~ 하고 내려주었습니다. 
내려주자 말자 찬우는 아빠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앙 하고 눈물을 터뜨립니다. 아무리 빠빠이를 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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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같이 놀자니깐...)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찬우를 넘겨주고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녀석은 아빠한테 안겨 있고 싶을 뿐인데 아빠는 외면하고 떠나버리고 맙니다. 찬우 녀석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같이 있고 싶은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떠나버리니까요. 그저 같이 있고 싶을 뿐인데...

출근후에는 정신없이 일하다가 점심 때가 되서야 생각나서 다시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늦었지만 아빠도 마음 아파하고 있음을, 얼른 집에 가서 같이 놀자고 이야기하려고 했죠(아직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ㅎㅎ ). 근데 자고 있네요. 결국 퇴근 시간이 다 되서야 녀석이랑 통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찬우는,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부모로부터의 일방적인 이별을 매일 경험하면서 살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원치 않아도 말입니다. 떠나고 난 뒤엔 연락도 두절입니다. 
그리움에 힘들어하다가 밤이 되면 불쑥 나타나 좋아라 해 줍니다. 어떤 날은 그렇게 오랜 기다림 속에 만났는데 피곤한 얼굴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방해도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떤 날은 유달리 아빠나 엄마에게 착 달라 붙어서 뽀뽀를 퍼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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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다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가하거나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겠죠.

그런데, 생각을 좀 해 보면 이것은 비단 아이와 부모와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 같아요.

열렬히 사랑하고 서로에게 탐닉하는 연애 초기의 상태를 제외하고서는, 우리는 서로에게 이별의 고통에 대해서 너무나도 무관심한게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이 단순한 우정관계의 사이에서든, 직장 업무관계에서든, 사랑하는 사이에서든... 오랜만에 만나고 반가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떠난 후에도 나를 기억하고 있고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게 아닌가 하는 거죠. 
왜냐하면, 이런 고통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이고, 결코 사그러지지 않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니까요.

http://sven.ice.org/Images/Art/Paintings/Sad.jpg 그림이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에러가 있습니다.
(출처: http://dukat.wordpress.com/2007/11/14/sotd-buck-owens-act-naturally/)

애써 우리는 이런 식의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이라, 당연한 것이라 치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재검토를 해 보는게 어떨까요.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에서는 이별의 순간을 따뜻하게 마무리함은 물론이고, 각자의 자리에 돌아갔을 때에도 잊어 버리지 말고 꼭 연락을 해 주고,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가까운 날 이내에도 함께 있었음에 감사하고, 그 뒤로 드물게라도 전화나 메일, 문자로 연락을 계속 이어가는 것.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속에서도 남겨진 이의 고통을 헤아려주고 챙겨주는 것...

어찌보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채워주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전보다도 더 스스로 잘 일어설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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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보다, 이별.
이별을 챙기는 하루가 되시길~

고통, 만남, 시련, 연락, 이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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