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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이제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2010-07-26 18:46:10최종 업데이트 : 2010-07-26 18:46:1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인수

지금의 5,60대 어른들은 참 힘든 시절을 지내왔다. 
그분들은 전쟁 직후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 껍질을 벗겨 먹거나 뿌리를 캐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이 이런 답변을 하기도 한다. 
'라면 먹으면 되잖아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가 자랄 시기만 해도 집에 쌀이 없어서 못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는 점심시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도시락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량난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듯 했다. 

그래서인지 자연에서 나는 음식보다는 가공된 식품을 먹는 집안의 아이들이 더 있어보이고 부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소풍을 가도 과자 한 봉지를 싸들고 가면 그게 자랑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은 달콤한 과자를 하나 더 얻어 먹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에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광경도 흔했다. 

집에서 엄마가 삶아주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은 가난한 집에서나 먹는 음식으로 인정되었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정말 좋은 음식들이 천대를 받던 그런 시절이었다. 

나도 그런 친구들의 사고방식에 얽매여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천시했다. 할머니나 엄마가 맛있게 요리를 해 주어도 유행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일부러 먹지 않았다. 대신 가공된 식품을 주로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야단도 많이 맞았다. 소세지, 어묵, 단무지 등 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 내가 선호하는 식품이었다. 

옥수수가 이제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_1
길거리에서 할머니로부터 산 옥수수

지금은 반대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거의 섭취를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 두 개씩 먹지만 어릴때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 
대신 어릴때 그렇게 천시하고 멀리했던 감자, 고구마, 옥수수가 이제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요즘은 옥수수가 조금씩 익어가는 계절이다. 그런 나를 보며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아이들이 이런 나의 식성을 닮아서 자연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어린이여서 가공식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젠가 아이들도 나처럼 선호하는 식품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가공식품,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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