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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7)
합장! 생명의 순환에 대해 감사......,
2008-04-09 13:16:59최종 업데이트 : 2008-04-09 13:16: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포플러 나무가 밑 둥만 앙상하게 남아 가지를 뻗어 올린 것을 보니 생명의 강인함에 새삼스런 경외심이 생긴다. 그렇게 뻗어 오른 새 가지들이 추운 겨울을 덥히는 불쏘시개가 되어서 이곳 묵디낫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무난하게 살아낸다고 생각하며 나는 이 생명의 윤회에 경배하고 싶어진다. 
합장! 이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만의 합장은 아니다. 그저 단순한 의미가 아닌 생명의 순환에 대한 감사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닌 실존의 의미이다. 

죽세공품을 만들기 위해 길가에 대나무를 쪼개어 널어놓은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건너편 산언덕은 무스탕으로 이어지는 길목인데 삭막한 사막이다. 그러나 이곳은 산 위에서부터 맑은 물이 한없이 흘러와 마을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고 있건만 저 계곡 건너편은 어찌 저리 삭막한 사막의 모래무지로 뒤덮여 있다는 말인가?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에 답을 찾을 길이 없다. 
자연은 이리도 오묘한 것이었구나? 베셔셔르를 지나 일주일 이상을 걸으며 자연의 오묘함에 놀라고 놀랐지만, 사막과 초원의 공존은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7)_1
꽃이 활짝... 3000미터가 넘는 곳에 화려한 꽃이 피었다. 청량한 바람 속에 저 멀리 꽃춤을 추는 구름을 관조하며 피어있는 꽃이 신비롭다.
초원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묵디낫이다. 
해발 고도가 너무 높아 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낯선 경험이라면 건너편의 사막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리라. 묵디낫에 풍부한 물을 보면 누구라도 놀랄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논밭과 그 경계를 이루는 곳에는 풀들이 무성하다. 작은 나무들이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산 야크와 염소 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마침 저 멀리에서 염소 떼들이 작은 나뭇잎사귀를 뜯어먹으며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때 산등성이에서 굴러 떨어진 돌멩이가 길을 가로질러 개울 속으로 첨벙 소리를 내며 빠져든다. 
순식간의 일이라 놀랄 겨를도 없었다. 우리를 피해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길을 가는 데 저 멀리 산등성이를 가로지른 길 위에서 염소 떼를 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염소 떼와 함께 우리는 긴장한 눈빛으로 그곳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전혀 무관심하게 염소들만 살펴보고 있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7)_2
산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먹거리나 공산품을 나르는 당나귀 떼가 좀솜 쪽에서 묵디낫을 향하고 있다.
좀솜 방향에서 외국인들이 한 두 사람씩 조를 이뤄 묵디낫을 향하고 있다. 
여러 팀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와와 영국인 가이드는 한참을 걷다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길 건너 계곡에는 많은 볼거리들이 있었다. 삭막한 사막이기도 해서 신비로웠지만, 사막이 무너져 내리며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많이 묻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거칠게 발생하고 있는 퇴적작용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탐구적 자세가 아니라도 쉽게 눈에 띠는 이런 장면들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로 떠난 것일까? 
저 거칠게 계곡을 오가는 바람은 그들의 안부를 알고 있을까? 계곡 아래에는 아직도 앙상한 주춧돌들이 남아 그곳이 오래전에 사람이 살았던 집터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어쩌면 저 위 묵디낫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 사막 산 넘어 무스탕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아주 도회지로 나갔을까? 그들도 저 앙상하게 남은 집터의 흔적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고 있겠지.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며 애상에 잠겨들 듯 그들도 이곳을 기억하며 깊은 애상에 잠겨들며 어디선가 추억 속에 묻힐 때가 있겠지. 이 묵디낫의 사막 산  언덕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7)_3
좀솜이다. 히말라야로 둘러쌓인 고봉을 보며 인터넷을 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요금은 너무나 비쌌다. 네팔인이 500원인데 비해 외국인은 시간당 15,000원을 주어야 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길게 늘어진 내리막길은 넓은 자갈밭을 이루고 있다. 그곳을 가로질러 강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말을 탄 사내가 그 강줄기를 가로질러 당당하게 지나간다. 참으로 멋지게 소슬바람 사이를 가르고 간다. 부럽다. 나는 금방이라도 그 말을 타고 세차게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꿈속처럼 시원스럽게 말갈기를 휘두르며 저 거친 자갈밭을 지나 사막 산을 넘어 무스탕을 지나고 티베트 고원을 지나서 그 옛날 옛적 우리의 선조님 고선지 장군을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저 멀리 내게서 멀어져가는 말 탄 사내를 보면서 그 상상도 잠깐으로 족해야했다. 그저 묵묵히 맞바람을 맞으며 자갈밭을 걸어야했다. 
앞뒤 좌우가 꽉 막힌 느낌이다. 
그런데 이 느낌이 너무나 편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멀리 사방에 만년설의 히말라야가 우리 일행을 포근히 감싼 느낌이고 이 자갈밭은 폭이 넓어 편안한 놀이터처럼 여겨진다. 한편 무스탕 방향으로 뚫린 길에 금방이라도 가 닿을 듯 보이는 사막 산도 신선한 멋을 느끼게 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7)_4
산과 들만 보면 누가 이곳을 3,000미터가 넘는 초원이라고 하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어보이던 자갈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이든 그들이 가는 목적지라면 아마도 묵디낫 정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 그들의 체력으로 무스탕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이곳에도 여지없이 당나귀에 짐 꾸러미를 잔뜩 얹은 체 한 무리의 당나귀 떼가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묵디낫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마을들이 보인다. 몇 몇 가옥이 보인다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제법 규모 있는 마을이었다. 

이곳이 좀솜이란다. 우리는 좀솜에서 점심을 먹고 인터넷을 하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은 후 그 주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참을 수소문해서 찾아낸 곳이 좀솜의 주요 검문소를 지난 좀솜의 끝부분에 있었다. 
묵디낫 쪽에서는 끝이지만, 마르파쪽에서는 제일 가까운 쪽이다. 먼저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손을 씻고 세수를 한 후 기다렸다. 그 틈에 다와는 인터넷 방에 가서 사용가능 유무를 확인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단다. 수소문해보니 주인이 샤워를 하러가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식사를 하고나면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나이든 식당 주인이 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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