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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중고교 논술고사 무엇을 남겼나
도교육청 제1회 중등논술능력평가...신선한 시도 '주목'
2008-04-09 17:35:32최종 업데이트 : 2008-04-09 17:35:32 작성자 : 시민기자   현은미

수원 중고교 논술고사 무엇을 남겼나_1
경기도교육청자료화면.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 8일 도내 중.고등학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제1회 경기도 중등 논술능력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나눠 실시 예정인 이번 첫 논술능력평가 시험은 국내 상위권 대학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논술로 학생을 변별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다음 진행돼 더욱 시선을 모았다.

경기도 교육청이 8일 실시한 논술고사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년 구분없이 공통문제가 각각 1개씩 출제됐고 중학교의 경우 600자 쓰기 논제와 고교의 경우 1000자와 1200자 내외의 이,문계열 제시문이 각각 1개씩 더 출제됐다. 

중학교 논술고사 무엇을 물었나?

도교육청이 실시한 제1회 중등대상 논술의 논제는 청소년들의 불합리한 소비문제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소비 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토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소년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자신들의 경제활동에 대해 생각해 보고 미래의 경제주체로서 경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지니게 한다는 의도가 드러난 문제였던 셈이다.

도교육청측은 4개의 주어진 제시문을 이해,분석한 후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독해력, 분석적. 비판적 사고, 표현력 및 문제해결 능력과 적용력 등을 측정코자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이 논술고사를 통해 불합리한 자신의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동시에 공동체 사회에서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인식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바람직한 소비 태도를 기르게 한다는게 도교육청측의 이어진 설명이다. 

고교생에겐 문화의 다양성 제고시켜 중등논술고사와 달리 고교논술 시험은 더욱 통합적인 사고력과 쓰기능력을 제고케 했다. 

고교1학년 공동영역 논술문제를 통해 도교육청측은 다원화되고 세계화되는 시대에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상대주의적 태도와 인간의 보편적인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문화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논의해 보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까지 문화에 대한 관점을 묻는 논술 시험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논제와 제시문의 성격이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상대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범위로만 제한되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반해 이번 도교육청측이 제시한 논제는 문화상대주의적 태도가 갖는 한계를 묻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를 보는 바람직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논의자체를 주목, 출제의도를 갈파한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이 어느때보다 요구됐다.

이번 고등학교 1학년 공동영역의 논제는 도교육청의 지적대로 통합교과형 논술의 특징을 적극 반영했다. 
문화상대주의의 필요성과 이것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기 위해 국어,도덕,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통합,사고를 전개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교과 지식간의 통합이 매우 강조됐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실로의 회기 몰아낸 의미있는 논술고사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처음 실시한 논술평가대회는 대부분의 대학 정시에서 논술이 폐지되고 영어 몰입교육에 대비해 교사들마저 6개월짜리 단기 연수를 떠나는 해프닝의 연속선상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비중있는 시험으로 평가될 만 하다.

논술시험이 요구하는 답은 결코 주입식 교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논제를 파악하고, 이를 요약 정리해 구체적 논거를 들어 600자 혹은 1200자로 써내려야 가는 논술시험은 일체의 컨닝이나 단발식 외우기로는 절대 가능할 수 없다는 말이다. 

도교육청은 이번 논술고사의 채점기준을 발표하고 1차와 2차 채점을 통해 학생들의 논제 이해.분석력과 논증력, 창의력과 표현력 등 4항목에 나눠 객관적인 채점을 실시토록 일선 학교에 당부했다. 

이번 논술고사가 이처럼 주입식 교실로의 회귀를 막는 열린 경기교육의 신선한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론이나 일선 학교당국, 혹은 학부모들의 태도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과제로 남았다.

18대총선에 가려져 도교육청의 이같은 논술고사를 통한 통합력 사고력 시험노력은 빛을 바랬다. 
일선 학교에서는 논술고사 실시여부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교사가 우물쭈물로 일관하다 시험당일에야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다 보니 영어몰입 교육에 너나없이 올인한 학부모들 역시 논술고사의 의미 여부는 알고싶지도 않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서울대 논술 유지 화두 새겨봐야

말많고 탈많던 수능 등급제가 작년 한해를 끝으로 폐지됐다. 
올해부터는 수능이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와 백분율로도 세분화된다. 하지만 수능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가의 여부는 되새겨볼 시점이다. 수능은 과거 예비고사나 학력고사를 이어지는 국가주도의 일제고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객관식 시험의 특징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우선한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해묵은 숙제인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결코 고쳐질 수 없다는 말이다. 수능등급제 폐지로 교육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선 학교에서 논술고사 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도입됐던 수업혁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토론하고 글을 써보게 하는 쪽으로 수업방향을 바꾸려던 교사들은 특히 통합논술에 대비해 교과간 교류와 협동수업도 수차례 시도했으나 새정부의 수능 개선안에 따라 대다수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연실색 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의미있는 논술고사 시도나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가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논술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통합적 사고력을 촉구한 도교육청의 논술고사가 우리에게 던진 신선한 화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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