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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쓰기
글씨는 남에게 보이는 내 마음
2010-06-24 18:47:33최종 업데이트 : 2010-06-24 18:47:33 작성자 : 시민기자   박신희
7살이 되면서부터 엄마와 집에서 글씨공부를 가끔씩 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연필을 잡고 한 자 한 자 글씨를 쓰는 동안 엄마는 지켜본다. 그러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고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엄마의 그런 지도 덕분인지 학교에 들어가서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글씨체도 또래의 아이들보다 더 보기에 좋았던 것 같다. 담임선생님이 내 글씨를 보고 아주 잘 쓰고 있다는 칭찬을 종종하기도 했다. 교실 칠판에 그 달의 계획을 쓰거나 환경미화를 할 때 주로 내가 글씨를 담당했다. 나름대로는 나 자신의 글씨체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글씨를 직접 쓸 일이 점점 없어져만 간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리포트를 작성하면 꼭 한글워드프로세서를 이용했다. 채점을 하는 교수들도 수기로 쓰는 것보다 컴퓨터 작업을 해서 제출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점점 글씨를 써야만 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편지를 써도 인터넷을 사용하고, 상품을 주문할 때도 인터넷을 사용한다. 서류를 만들어 제출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파일에 내용을 입력해서 출력만 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직접 글씨를 써본 일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글씨쓰기가 멀어졌다.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글에 대한 주제가 나와서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그 선배는 예전에 내가 글씨를 아주 잘 썼다면서 칭찬을 한다. 나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곧 이어 선배는 지금의 내 글씨가 아주 엉망이라면서 질책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글씨쓰기를 안해서 그런지 지금의 내 필체가 아주 보기 싫고 초등학생들이 쓰는 수준의 글씨체라고 했다. 

글씨 쓰기_1
신문기사를 노트에 옮겨 적는 연습을 수시로 한다. 곧 나의 필체도 남들 보기에 멋있는 필체가 될 것이다.

나는 내 글씨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나름대로는 내 글씨체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다. 어느날 시간을 내서 서점에 가서 펜글씨 연습장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른 새벽마다 첫페이지를 펴고 글씨쓰기 연습을 한다. 오래간만에 정성을 들여 글씨를 쓰다보니 손이 너무 많이 아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글씨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이 정도 아픔은 참을 수 있었다.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내려 갈수록 그 동안 내가 정말 글씨를 엉망으로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성을 들여 쓰다보니 어느새 글씨가 조금씩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명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을 정도로 글씨쓰기에 욕심이 생긴다. 글씨는 남에게 보이는 내 속마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남이 보는 글씨에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좀 더 연습해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엄청나게 정성을 들인 글씨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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