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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8)
산들이 마치 고대 사원처럼, 규모 큰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2008-03-21 13:05:33최종 업데이트 : 2008-03-21 13:05:3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그래, 다시 행복한 나를 찾아 가는 것이다. 
20분쯤 걸었다. 마낭(manang) 에어포트라는 곳이다. 
이곳에도 많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었다. 그중 다와가 선택한 줄루피크(Julu peak)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11시 45분에 도착했다. 
조금 이르지만, 긴 휴식을 취하며 마르틴 일행도 기다려 보기로 하고 주문을 했다. 애플팬 케잌과 야채스프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주방에 마련된 휴게실에 장작불가에서 내가 준비해간 커피를 타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의 주인인 풀 마야(full maya)는 29세의 여성이다. 그는 두 아이의 어머니다. 
남편은 우리가 처음 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 머물렀던 베셔셔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닷새를 걸어야하는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두 아이는 우리가 넘어가려는 토롱파스를 지나 열흘을 더 걸어서 다시 버스를 타야하는 포커라(Pokhara)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의 가족은 이산가족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흠데(Humde)에서는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향해 오가는 비행기가 있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8)_1
마낭 인근의 산골 민가다. 마오바디들의 투쟁으로 빈집이 많이 눈에 띄었다.
풀 마야(Full maya)! 그의 이름 풀(full)은 우리말로 꽃(Flower)이다. 그리고 네팔 말 마야(maya)는 우리말로 다솜(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당연히  다솜(사랑, Love)이 아닌가? 
우리말로 옮겨보면 꽃 다솜(꽃 사랑)이다. 사람 이름이 꽃 다솜(꽃 사랑)! 

첫날 만났던 꺼비따의 이야기를 했었다. 사람 이름이 시(詩)다.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힌두 신들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라는 이름이나 꽃 다솜(꽃 사랑)이란 이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곳은 천상(天上), 신들의 나라에서 있을 법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야기를 멈추고 후일을 기약했다. 기약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전생과 후생의 어느 곳에서든 좋은 일 하자는 긍정의 의미를 담은 인사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검문소가 나왔다. 
나는 검문 경찰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했고 그들은 내가 구사하는 네팔어에 호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했다. 
나는 그들과 포즈를 취했고 나의 가이드 다와가 셔터를 눌렀다. 나는 다와도 포즈를 잡아보라 권하고 사진을 찍었다. 
검문이 끝나고 다시 안나푸르나를 바라보았다. 저 산은 우리의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을 한 채 응시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저 군경의 검문은 피할 수 있어도 저 산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시금 옴짝 없는 자연의 경이가 느껴진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8)_2
거대한 성전처럼 우뚝 솟은 바위산들이 즐비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들이 마치 고대 사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규모가 큰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로 멈춰선 발걸음은 힘을 잃고 제자리에서 사색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수천수만의 세월을 흘러온 거센 바람의 길에도 저토록 장엄한 바위산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자연만이 간직한 힘이리라! 

바람의 음성이 너무 거칠고 거칠어 금세 천지개벽이라도 올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푸르나의 만년설은 미동도 없이 산의 우듬지에서 연기를 뿜듯이 모락모락 실오라기처럼 구름을 피워 올린다. 마치 그 구름의 실오라기를 잡고 오르면 천상으로 곧 바로 따라갈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피워 올려 지며 구름은 꽃이 되기도 하고 다시 눈이 되기도 하고 비가 되기도 하고 금세 사라져 흔적을 잃기도 한다. 
그때 지상 가까이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마낭(manang)에는 네 시 이전에 도착했다. 
곧 짐을 부려놓고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찌아를 마셨다. 그는 안나푸르나를 순서별로 알려주었다. 
네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안나푸르나 제4봉을 알게 되었다. 
가이드 다와는 이번이 다섯 번째 산행이라는 데 그도 처음 듣는다며 즐거워했다. 샹그릴라! 이상향의 삶터라는 이곳에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잔잔한 호수가 건너편 산기슭에 맑게 산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네 시에서 다섯 시를 넘긴 시간인데 히말라야에 걸려 넘어진 햇살이 반대편에 산그늘을 드리우며 추위가 엄습해온다. 순식간에 다가온 추위다. 
등산을 위해 준비한 옷을 다 입고 있는 데도 춥다. 잠시 바깥구경을 하려다 멈추고 방에 들어와 이불을 가져다 달라하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8)_3
마을 인근에 세워진 동상이다. 과거 소수왕국을 통일할 때 공헌한 네팔왕국 장수의 동상이라고 전해들었다.
만년설의 히말을 가까이서 보는 재미에 나는 다시 객실을 나서 찬바람을 맞으며 마낭 거리를 걸었다. 
거리라 해서 무슨 번화한 풍경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게스트 하우스와 게스트 하우스가 즐비한 모습이다. 
저 웅장한 안나푸르나 앞에 어떤 번화함과 벅찬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밖에는 이미 숙소에 자리를 잡고 있던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숙소로 정한 곳이 규모가 큰 게스트 하우스라서 그런 지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조차 낭만이 깃들인 표현이라 할 만큼 바깥바람은 차갑고 매서웠다. 
외국인들을 보면서 이번 여행길에 처음 만났던 마르틴이 생각났다. 
이제 마르틴과 어르준은 먼 후일에나 만나야 할 듯하다. 우리가 하루 앞선 걸음으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담배와 햄프를 피워대며 느긋한 걸음을 걸을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8)_4
마낭 인근을 걸으며 볼 수 있는 끝없이 이어지는 안나푸르나 고봉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작은 강줄기가 그들을 살리고 있다.
내일부터는 처음 고지를 걷는 여행자를 긴장하게 하는 높이다. 또한 추위도 함께 시작된다. 
오늘은 3,550미터의 고지에서 잠들어야 한다. 
내일은 3,800미터를 넘기고 모레는 4,500미터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5,400미터가 넘는 토롱-라파스 구간을 넘어서야만 이번 여행길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예정된 대로라면 새벽 네 시에 길을 나서야하고  빙판을 걸어야 하고 거센 바람도 맞아야 한다. 예정된 일을 되새김하면서 벌써 긴장감이 감돈다. 
이틀 동안 많이 무리를 한 탓인가? 오늘은 15분 정도를 걷고 나면서부터 힘들었다. 다행스런 것은 평지에다 걷는 방향으로 불어주는 찬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었다. 

오늘은 쉬어가는 날이다. 
다와와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길을 걸었다. 그렇게 편안한 휴식을 즐기며 걸었지만, 길에서 보낸 시간은 일곱 시간이나 되었다. 
중간에서 안나푸르나와 투크체, 반대편의 마나수르를 바라보는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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