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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야시장 풍경
황골마을 1단지 야시장 열리다
2010-06-22 11:20:07최종 업데이트 : 2010-06-22 11:20:0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영통동 황골마을 1단지 아파트에서 21일,22일 이틀간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야시장에는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아이들뿐 아니라 저녁 산책삼아 나온 듯한 가벼운 차림의 부부들도 많이 보였다. 
어느 장을 가든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먹을 거리였다. 튀김옷을 입혀서 고소하게 튀겨낸 닭튀김은 아이들의  입맛에나 어른들의 맥주와 곁들여 먹는 안주로선 단연 1위가 아닌가 한다. 

순대와 족발 파는 가게에는 엄마들의 손을 잡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족발이나 순대가 어른들만 좋아하는 기호 음식이라는 편견을 싹 버리게 했다. 순대를 은박접시에 수북하게 담아 두 손을 바쳐 들고 위태롭게 테이블로 옮기는 어설픈 아이의 몸놀림이 주변의 걱정스런 시선을 받았다.  아이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여 흐뭇하게 순대를 집어먹은 모습이 귀여워서 지켜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까지 흐뭇해졌다. 

정겨운 야시장 풍경_1
정겨운 야시장 풍경_1

정겨운 야시장 풍경_2
정겨운 야시장 풍경_2

우리아이들도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야시장에 가면 매우 좋아했다.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전등불 아래에서 아이들은 즐거워서 폴짝폴짝 뛰었고 특히 오소리감투와 족발을 좋아했던 큰아이는 어른 식성을 가졌다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떡볶이와 어묵 꼬치도 인기고 문어 빵 코너에도 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등의 열기 아래서 연신 땀을 닦아내던 아저씨는 이마에 수건을 질끈 매고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  없이 문어 빵을 굴리고 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으리라' 

먹을거리 옆에는 미니 바이킹이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이 하나 같이 시계추 같다. 고개는 바이킹이 옮겨 가는 방향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정지의 순간이 왔다.  

아빠의 도움으로 동생을 옆에 앉치고 바이킹에 앉자 조금 긴장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처음에는 천천히 가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항해를 시작하고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테두리에 장식한 불빛만이 화려하게 움직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이킹이 정지 할 때면 아쉬워하는 아이도 있고 또 무서워서 눈물 콧물 다 뺀 아이들도 있다. 엄마 품에 달려들어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흐느낌으로 풀어보다 이내 그치고 또 다른 볼거리를 향해서 항해를 떠났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만물상은 현대적인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도 많다. 단위가  규격화 되지 않아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구매 할 수 있고 말만 잘 하면 하나 덤 받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단돈 1000원에 발바닥 모양으로 된 파리채를 하나 샀다. 낮에 방충망을 열어 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모기도 따라 들어 온 모양이다. 올 여름에는 발바닥의 활발한 활동으로 온갖  벌레들에게 곤장 보다 더 큰 위력을 보여 줄 것이다. 

야시장에서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직접 참여해 보는 것이 제일 실감난다.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친구가 어깨를 툭 친다. 조금 전부터 혼자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나온 모양이다. 아이들도 모두 학원가고 집에 혼자 있다가 저녁 먹기도 그렇고 해서 창밖으로 야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릴에는 돼지 바베큐가 돌아가고 구수하게 고기 익어가는 내음이 어둠을 천정삼아 만들어진 노천식당 앞을 쉽게 뿌리치고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왜 사람들은 시장에 오면 파전과  막걸리를 마셔야된다고 생각할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메뉴를 선택함에 만족하고 히죽 웃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이 보였다. 이웃과 함께인 듯한 부부들도 여유 있게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연신 즐거운 웃음을 짓는 모습이 시골 장에서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이었다. 먹음직스러운 돼지 바비큐는 뭉퉁뭉퉁 썰어 나왔고 파전 위에는 해물이 한 가득이다. 

정겨운 야시장 풍경_3
정겨운 야시장 풍경_3

정겨운 야시장 풍경_4
정겨운 야시장 풍경_4

지나가던 이웃이 아는 척 하면서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미리 부르지 않았다고 눈을 흘기다가 잔 가득 따라 준 막걸리를 마시고 다음에는 꼭 저를 먼저 불러 달라 말했다. 
이렇게 저렇게 지나가던 지인들을 만나니 꽤 여러 명이 되었다. 노천 식당에도 사람들이 많아지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왁자지껄해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도시에서 아파트  생활이란 이웃 간의 왕래 보다는 사생활 보호를 더 신경 쓰고 대화가 단절되고 옆집에 살거나 아래층에 있어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것이 다였다. 몇 년을 같은 현관문을 써도 얼굴도 모르고 얼굴을 안다손 치더라도 목례 정도가 다였다.

야시장에 와 보니 정리 정돈된 생활에서 조금 흐트러져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 치여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사람들에 치여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 만땅 머리가 터지도록 열심히 일한 당신들, 오늘은 이곳 야시장에서 피곤함을 덜어버리고 즐거움을 담뿍 담아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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