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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자보다 쉬운 우리말로 표현해야
2008-04-30 18:17:03최종 업데이트 : 2008-04-30 18:17:0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옛날 글 꽤나 읽었던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호랑이가 어린 자식을 물고 가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소리를 쳤다.   
"원산대호(遠山大虎)가 근산래(近山來)하야, 가아(家兒)를 생포거(生捕去)하니, 지봉자(持奉子)는 지봉(持奉)하고 지부자(持斧子)는 지부(持斧)하라." 

선비는 큰 소리로 위험을 알렸지만, 이 말을 들은 농민들은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고을 원님은 선비의 문자 쓰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데려다 볼기를 쳤다. 그랬더니 이 선비는 "아지둔(我之臀)아, 차후(此後) 절대 불용분자(絶對不用文字)로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만들어진 측면이 있지만, 유식함을 뽐내는 선비를 비판하는데 적절한 예가 된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주변에 아직도 옛 선비처럼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기상조(時機尙早), 용의검사(容儀檢査), 불가피(不可避), 유휴지(遊休地), 고착(固着), 귀추(歸趨), 불구(不拘), 석권(席卷), 악화(惡化), 야기(惹起), 초빙(招聘), 차치(且置), 채증(증거 수집, 採證) 등

물론 우리의 역사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한자어를 완전히 배척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자는 국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1천년 이상 기록 수단이자 의사 전달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보니 국어는 한자어가 70%를 넘는다. 이러한 현실에 한자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경우가 많다. 

어려운 한자보다 쉬운 우리말로 표현해야_1
어려운 한자보다 쉬운 우리말로 표현해야_1
그러나 앞에 열거한 표현은 순우리말로 바꿔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진의 '결주목'이나 '수형 보식'도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은 표현이다. 이럴 때는 쉬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전달 효과도 크다. 

한자가 필요 없는 데도 굳이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유식을 자랑하려고 하거나 기품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자어를 남용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어를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교('다리 놓음', '다리 놓기'로 순화), 개찰구('표 보이는 곳'으로 순화), 고수부지('둔치', '둔치 마당', '강턱'으로 순화), 고참('선임', '선임자', '선참', '선참자'로 순화), 다반사('예삿일', '흔한 일'로 순화), 대합실('기다림 방'으로 순화), 백묵('분필'로 순화), 보합세('멈춤세', '주춤세'로 순화), 십팔번(十八番-'단골 노래', '단골 장기'로 순화), 선착장('나루', '나루터'로 순화), 잔업('시간 외 일'로 순화), '집중호우'(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작달비', '장대비'로 순화), 품귀('달림'으로 순화)', 할증료('웃돈', '추가금'으로 순화) 등   

이런 표현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한자어가 아니다. 모두 일본어에서 사용하던 말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말이다. 반드시 괄호 속의 순화된 말을 써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언어 습관은 한자어 사용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어른께는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은 결례가 된다. 이때는 '연세(年歲)'라는 한자어를 사용해야 한다. '치아(齒牙)'도 어른의 '이'를 지칭할 때는 반드시 '치아'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자가 어휘력을 풍부히 하고 우리 국어의 동반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는 우리말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의 현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제 어려운 한자어는 버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쉽고 고운 우리말을 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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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한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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