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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닮아 예쁜 나의 딸, 나의 사랑
<출동! 시민기자>
2008-03-14 11:02:26최종 업데이트 : 2008-03-14 11:02:2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20년 전 아내를 만났을 때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웃는 모습이 나를 끌었다. 
아내는 지금도 웃을 때 윗니가 다 드러나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늘 웃음기를 가득 담고 있는 모습은 넉넉지 않은 살림을 이겨내는 데도 밑거름이 되었다. 
온화한 웃음으로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고, 나와 아들 딸 모두에게 힘찬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아내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에도 햇살처럼 웃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딸아이가 그대로 빼닮았다. 
웃을 때 입 끝이 올라가고 하얀 이가 드러나는 개수까지 똑같다. 지친 일상을 이겨내는 성격도 똑같다. 나를 생각하는 것조차 제 엄마를 닮아 마음도 깊다. 

어느 부모나 그렇지만 늘 품안에서 정성을 다해 키웠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숱도 없는 머리를 예쁘게 땋아서 외출을 했다. 봄이면 제일 먼저 치마를 입혔다. 더우면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추우면 나와 아내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주며 키웠다.    

그런 녀석이 올해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집사람은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을 서성인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밤늦게 오는 밤길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녀석은 괜찮다고 하지만, 세상이 워낙 험악해서 마음을 놓고 방에서 기다릴 수가 없다. 

며칠 전 녀석이 밤늦게 들어와 새 학년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고 좋아한다. 
학교 다니면서 처음으로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좋단다. 선생님이 인자하시고 무엇보다도 눈빛이 따뜻하다고 어른스러운 말을 한다. 

밤늦게 들어와 피곤할 텐데 녀석은 입속에 과일을 가득 넣고 제 엄마와 수다를 떤다. 나는 피로에 짓눌려 침대에 누워있는 데도 녀석의 목소리가 워낙 물방울 튀듯 해 잠결에도 들린다. 

면담 내용은 이렇다. 
학급의 37명 주소록을 만드는데 자기만 휴대전화가 없단다. 부모 휴대 전화 번호까지 적었는데 엄마도 전화가 없으니 담임선생님이 왜 없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나보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농담을 건넨 모양이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말씀 드려서 네 휴대 전화 좀 사달라고 부탁해볼까?"라고 하셨단다. 이 말에 딸아이는 "선생님께서 사 주세요"라고 같이 농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 어미에게 선생님이 좋으신 분이라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씨는 속일 수 없다고 하더니 너스레를 떠는 것조차 엄마를 닮았다. 
사실 딸아이도 휴대 전화를 가지고 싶어 했다. 
중학교 때도 학급 친구는 다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나눠야 한다며 사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카메라가 있는 휴대전화기로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고 싶어 했다.  

엄마를 닮아 예쁜 나의 딸, 나의 사랑_1
엄마를 닮아 예쁜 나의 딸, 나의 사랑_1
그때마다 지금은 없어도 되니 졸업 후에 사준다고 타일렀다. 
공부하는데 방해도 되지만 필요 없는 전화기를 갖는 것도 낭비라고 일렀다. 전화기만이 아니다. 옷을 입고 싶을 때도 혹은 청소년 관련 신제품이 나올 때도 심사숙고해서 사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아이는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를 받는데 혹시나 휴대 전화 때문에 소심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제 담임선생님과 격의 없는 대화를 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녀석은 어엿한 숙녀가 된다. 
그때 졸업하는 녀석에게 멋진 휴대 전화를 사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엄마, 아버지의 마음을 잘 따라준 고마움까지 듬뿍 담아야겠다. 그리고 내 전화에 녀석의 이름을 '나의 사랑'이라고 저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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