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학교 수업을 들으려면 일찍 자는 것이 좋다. 결국 방학 때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므로 일찍 자지 않아도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는 결코 불가능하지만 방학 때만 되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밤 산책이다. 밤 늦은 압구정 거리 밤 산책을 할 때 으슥한 골목을 쏘다니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그런 어둠침침한 곳을 쏘다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밤이면 된다. 내 기억에 남는 밤 산책은 내 친구와 함께한 밤 산책이다. 무섭다면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한 번은 수원역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픈 마음에 성균관대역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서로 음료수 하나씩 들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털어놓는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웃다가 쓰러질 정도로 길바닥에 나앉아도 아무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깊은 속이야기를 하여도 엿들을 사람이 없다. 그저 솔직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밤은 어둡지만 요즘 거리는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가로등이 비춰주고 있고, 어디를 가나 편의점이나 번화가의 간판에서 작은 불빛들이 새어나온다. 그런 길을 걷다보면 참 신기하다. 내가 이렇게 밤을 헤쳐 나가고 있을 때 저기 저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에 저 사람은 자고 있겠지. 누구에게도 말하기는 싫지만, 꼭 생각해볼만 한 문제가 있을 때에, 그렇게 어둡지 않은 공원에서 혼자 그네를 타보거나 하면 무언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도 후련한 느낌이 든다. 꼭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의 먼지를 훌훌 털어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밤공기는 마음을 차갑게 해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 차가운 마음을 갖다보면 좀 더 감정적으로 변하거나 혹은 좀 더 이성적으로 변하는데,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밤거리를 걷다보면 상당히 감성적인 느낌을 많이 받아서 쉽게 우울해지기도 하고 쉽게 기뻐하기도 한다.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가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남들 앞에 내가 어떻게 보일 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집 가까이에 있는 큰 도로나 환한 공원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남들의 시선을 자신의 거울이라고 착각한다. 그 거울들이 엉망진창으로 금이 가고 깨어져 있어서 내 모습이 엉클어져보일 지라도, 그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 자신을 잊고 살아가면 더욱 그렇다. 밤에는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나마 조용한 밤 그리고 새벽에, 나는 나를 찾고 나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나를 찾다보면, 어느새 '남들에게 보일 나' 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줄 나' 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보일 지 소심하게 걱정하는 것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줄 나의 모습을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밤, 위험함, 솔직함, 감정, 거울, 밤공기, 산책, 공원, 사색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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