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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3)
온전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사색, 명상적인 투자를 하며 살기를
2008-03-12 18:03:35최종 업데이트 : 2008-03-12 18:03:3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내가 살아온 조국에서의 공백, 나와 함께 살아오며 인연의 고리를 만들고 서로 인정하며 외면하던 사람들, 그들과의 공백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생각이다. 
인정함이 있거나 없거나 지금 이 순간은 그들과 온전하게 격리되어 있다. 나는 지금 그들의 생사와 나의 생사의 안위에 대해 함께 나눌 것이 없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쓸쓸함이 나를 감싼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3)_2
베를 짜고 있는 농가의 할머니

안나푸르나를 향한 나의 걸음걸이의 매 순간이 내가 살아온 사람들과 내가 태어난 곳과의 철저한 고립과도 같다. 그럼으로 해서 온전한 공백 속에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공포와 모든 번잡한 것들, 그리고 모든 실존의 공간에서 멀어져 오로지 내 안에, 그리고 나의 바깥에 온전히 침잠하는 순간이다. 
그 공백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일생을 살면서 혼자 사는 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깊어지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온전하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으로 온전한 자신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일생을 살면서 과연 우리는 자신의 삶을 위하여 얼마만한 투자를 할까? 물론 직업을 가진 모든 이유가 자신을 위한 길이라면 새삼스럽게 할 만한 이야기는 없다. 
보통의 경우처럼 경제적인 목적을 위한 투자, 학습을 위한 투자, 건강을 위한 독서 행위나 기타 문화 행위를 통해 지성적인 내면을 위해 투자하는 것 말고 온전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사색, 명상적인 투자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산책하는 길......,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가는 감성적 투자 말이다.

사색...,

물이 흐르기에 물 흐르는 것을 보았네.
물소리가 나기에 그 소리를 들었네.
쉬지 않고 지저귀는 새가 있어 그 소리를 들었네.
날아가는 새가 있어 날고 있는 새를 보았네.
나비가 날기에 나비를 보았네.

소리도 없이 나는 나비의 몸짓을 보며
그의 소리는 울림이라 생각하기로 했네.
그렇게 걷고 걸으며 멍한 사색에 빠져 들었네.
그 멍한 사색 속에서 즐거움을 얻었네.
오늘은 참 즐거운 날이구나.

그렇게 한없이 걷고 걷는 무료함 중에도
내 눈에 꽃이 피어나듯
나비가 날고 새가 날고
흰 눈의 꼭지점에서
하얀 실오라기처럼 피어오르는
신의 영혼을 바라보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3)_1
히말라야에 기대고 사는 산 사람들에게 주요한 운반수단이 되어주고 있는 당나귀 행렬

행렬을 이룬 당나귀, 짐을 싣고 당나귀를 몰고 가는 이 좁은 길이 마낭 사람들의 생명줄이다. 
그러니까 이 길 끝에는 2만 여명의 산중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아니 마낭 방면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다. 마나수르 방면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리라. 

그런데 이 산길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눈에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그들의 삶에는 수많은 험난한 고생이 따르는 길이다. 
경탄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험악하기도 하고 벅차기도 한 산언덕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1100미터 고지에서 오늘은 겨우 300미터를 더 오른 것이다. 그러니까 1400미터 고지에 오른 것이다. 대여섯 차례 쉬었지만, 7시간 만에 오늘의 휴식을 만끽할 찬제(Chyanje)에 도착할 수 있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3)_4
말타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

어린 학생들이나 어른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산행을 하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여정의 3일째다. 걸음을 걸어 트레킹에 나선 것은 이틀째다. 땀이 뚝뚝 떨어져 신발 등 위에 떨어진다. 
군데군데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의 많은 눈이 쌓였다가 녹아내린 물줄기가 흘러내려온다. 시원한 물 흐름이 홀가분한 느낌을 준다. 더없이 깊은 공백을 체험하게 된다. 

일상을 떠났다고 하지만, 그 일상의 기억에 젖어 지금 이 산 깊은 계곡 중에서도 전화도 되지 않고 뭐도 되지 않고 하는 따위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 문명과의 격리 현상은 내일도 겪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맑은 공기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지상낙원임을 실감하게 한다. 절로 엄숙해진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3)_3
글렁쇠 굴리는 산골 마을 아이, 어릴적 친구들과 놀던 생각에 젖어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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