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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8)
고도 3800미터 묵디낫이나 3200미터 마르파에도 곧 자동차가 달린단다
2008-04-12 14:08:26최종 업데이트 : 2008-04-12 14:08:2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오늘 가는 마르파는 좀 먼 거리다. 
원래는 좀솜에서 하루를 쉬기로 했었다. 그런데 좀솜까지는 워낙 짧은 거리다. 마르파까지는 좀 멀고 좀솜은 너무 짧고 쉽게 말해 애매모호한 거리라 어려운 코스가 아닌 마르파에 그냥 당일에 가기로 한 것이다. 
다와와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는 인터넷 방에 가서 이메일을 검색하고 한국 뉴스를 살펴보았다. 그동안 자유로웠다. 
나는 잠깐이지만, 사이버의 위력 앞에 다시 자유를 저당 잡힌다. 
잠시지만, 그래도 그 즐거움은 대단했다. 이메일을 보내고 홈페이지에 몇 장의 사진을 올린 후 안나푸르나의 만년설을 마음껏 바라보며 다울라기리가 우뚝 솟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딛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8)_1
멋진 조형물이란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 돌아와 디네스를 통해 알았다. 맨 앞의 조형물이 디네스 할아버지의 납골묘고 그 뒤는 마르파의 다른 분 납골묘란다.
바람이 세차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힘은 마치 나와 씨름이라도 벌여보겠다는 식으로 거칠었다. 자연의 힘을 누가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저 몸을 비스듬히 각을 세우고 게걸음을 옮겨 딛는 방식으로 이 세찬 바람과 화해를 시도했다. 순응하는 자를 괴롭히지 않는 것도 자연의 위대한 포용력인가 보다. 나름대로 원활한 걸음걸이를 하며 길을 걷는다. 길가에는 수많은 철광석들이 즐비하다. 

좀솜에서 마르파를 걷는 동안 잘 재단된 사각의 돌덩이들을 수없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조각돌들이 녹슬어있는 모습도 숱하게 보았다. 그것은 분명 철광석임을 증명하는 사실이리라. 그런데 이 길을 걷는 나로서는 그 사실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모래 바람이 불어오면서 그 쇳가루 묻은 먼지바람이 함께 시선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저 산비탈 방향에서는 좀솜에서 마르파 구간을 잇는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은 차가 다니지 않지만, 이 깊은 산중에도 곧 자동차가 들어올 예정이란다. 
고도 3800미터의 묵디낫에서도 자동차가 다닐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낯선 상상을 해본다. 이 찬란한 고대의 유적을 보존하고 있는 듯한 퇴적층들을 보는 것도 머지않아 불가능해지겠구나. 자동차가 들어온다면 히말의 붕괴는 가속될 것이고 그 붕괴의 뒤를 이어 저 사막의 모래바람은 더 거칠어지겠지. 그러면 말 타고 가는 사내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어지겠지. 그렇다면 후일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고선지 장군을 상상해보는 것도 어려워지겠구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8)_2
좀솜에서 마르파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의 문이다. 마치 절에 사대천황문을 들어서는 것과 같았다.
엉뚱한 일이지만, 네팔을 생각하며 우리네 선조를 떠올리는 일이 어려워질 것을 생각한다. 
이렇게 역사는 엉뚱하게 연결되기도 하는 것인가 싶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 살고 있는 숱한 몽골리안들을 보면 우리네 조상들이 이미 이곳에서 하나였을 옛날도 생각해봄직하다. 
묵디낫 ,좀솜, 마르파는 모두 몽골리안들의 집단 주거지이며 저 사막 산 넘어 무스탕 또한 몽골리안들의 주거지가 아닌가? 그러니 전여 무관한 상상만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쉬운 상상을 하며 버거운 바람을 헤치고 묵묵히 길을 간다. 다울라기리가 가까워지고 그 봉우리의 만년설을 바라보기 힘들어졌을 때, 우리는 마르파에 도착하였음을 알았다.

가이드 다와는 저 멀리 혼자 앞장서 걸었고, 나는 홀로 사색하며 길을 걸었다. 
"Welcome to marpha!" 마르파 임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마르파 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안내 표지판이었다. 그 표지판이 서 있는 안쪽으로 마르파라는 마을이 있었다. 마르파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디네스의 고향집이 있는 곳이다. 
마르파라는 안내표지판 글씨만 보고도 반가움이 느껴진다. 사람은 이렇게 작은 인연에 익숙함에 대해서도 반가움을 갖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며 붓다의 눈을 상징하는 눈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탑 조형물이 세 개 늘어져 있었고 마니차(Manicha)가 설치된 마을 입구가 나왔다. 나는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저만치 앞서가는 다와를 따로 불러 세우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 
동대문에 있는 뿌자 레스토랑 사장인 네팔인 친구 디네스의 집을 알아서 찾아가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넓어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에 인기척이 없다. 
곧 밖으로 나와 다시 길을 걸었다. 좀솜에서 걸어온 길이 세찬 바람을 몰아다가 이곳에서 쉬어가는 것처럼 바람은 금세 잔잔해졌다. 마치 저 뒷산 다울라기리가 모든 바람을 빨아들였나 싶을 정도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8)_3
마르파 뒷산의 돌무더기가 곧 그들을 위협할 것처럼 가득하다. 그 너머로 다울라기리라는 8000미터 고봉이 있으나 눈에 바로 잡히지 않는다.
잠시 후 길가에서 모래를 가득 담은 포대자루를 운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벽돌 찍을 모래를 고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떠빠이 디네스 타처, 디네스 히라전 타처, 머힐래 코리연 샤티호." "까 디네스 거르호?"/디네스 아세요? 디네스 히라전 아세요? 저는 한국 친구입니다. 어디가 디네스 집입니까? 서투른 네팔어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서툰 나의 네팔어에 "타 처"라고 답했다. 안다고 말한 것이다. 
그들은 그 중 젊어 보이는 여성에게 직접 길을 안내하도록 하였다. 앞서 걷고 있던 다와를 불러 나는 그 여성이 앞서 걸으며 안내하는 길을 따랐다. 마르파는 산  언덕에 기대고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산에 의지한 마르파 마을은 집마다 온통 흰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높은 산마을에 흰 고요가 잠들어 있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을 안쪽으로 오분 정도 걸어 들어갔을까? 앞서 걷던 여성은 디네스 집을 알려주고는 곧 모래 고르던 곳으로 돌아갔다.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18)_4
흰색 페인트칠이 된 채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르파의 집들
담장은 없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다울라기리의 품 안에서 의지하고 있는 모습, 좀솜에서 마르파까지 협곡 사이에 넓은 강이 흐르고 그 사이로 거세게 불어오던 바람이 잠잠해지며 다울라기리의 품 안에 바람도 잠들어버린 것인가? 
곧 디네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온통 흰 고요 속에 잠들어 있는 마르파의 여느 집들과 다름없는 디네스의 집도 흰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들어가 여동생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디네스 어머니를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찾기로 하고 디네스 집 맞은 편에 곧 숙소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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