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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
추억속으로 달려가 본 삶의 현장
2007-12-14 10:45:22최종 업데이트 : 2007-12-14 10:45: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2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2

우리 동네 목요일은 뻥튀기 할아버지의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하얀 연기같은 증기를 흠뻑 뿜어내고 나면 그속에서 콩들이 튀겨져 나온다.
엄동설한 추운 날씨도 할아버지의 기계소리에는 꼼짝을 못한다. 

뻥 기계 할아버지에 대한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찍 조실부모한 할아버지는 충청도가 고향이란다. 고향에서 과자 파는 도매업을 하여 직접 옥수수를 튀겨서 팔기도 하였고 소매업자들에게 납품도 했다. 

할아버지는 약속을 잘 지켰지만 소매업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소매업자들에게 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날이 빈번했고 재료를 대 주는 곳에 대금 결제가 30일이었는데 하루만 넘겨도 바로 부도처리 된다고 했었다.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3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3

결국 소매업자들의 외상거래는 할아버지에게 부도라는 큰 멍에를 안겨다 주었다. 
서울로 상경한 할아버지는 육체적 노동일은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하였고 회사도 오래 다녔다고 했다. 
IMF(외환부채) 가 터진 그 해 나가라는 소리와 함께 뻥 기계와의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청계천 상가에 가서 지금의 뻥 기계를 65만원에 구입하여 그때부터 뻥 기계만 계속 돌렸다고 한다.
물량이 없어  기다렸고 지금 시세보다 훨씬 비쌌다고 한다. 지금은 30만원이면 살 수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요?"
"고추밭에 고추 따러 갔는데, 아직 안돌아오네요.."
"네?"
벌써 6년 되었다고 한다. "고생이란 고생 다 시켰는데..." 하면서  바람보다 더 먼저 보이는 눈가의 촉촉함.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1
뻥 튀기 할아버지와 뻥 기계_1

34평 아파트도 있고 쉬고 싶을 때는 요일 상관없이 쉰다고  했다.  하지만 거의 쉬는 날은 없는 것 같다.

이젠 "뻥이요! " 라고 말하지 않아도 입소문에 소문을 거듭하여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몰려 드는 사람들... 뻥 기계속에서 뻥 튀기가 나오는 시간은 십 여분. 
그동안 할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다. 고추 밭에 가신 할머니를 생각하실까.

오래 전 이야기처럼 들렸던 뻥 기계를 할아버지를 통해서 보게 되었고 며칠동안 말린 누룽지를 갖고 할아버지 앞에 섰을 때는 한없이 작아진 나를 발견했다.

"할아버지, 앞으로 소망이 있으신가요?"
"소망은 무슨... 그저 안아프고 뻥 기계 계속 돌아가는 거 보면서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거여"

"할아버지 아프지 마시고 뻥 기계와 함께 오래 오래 머물러 주세요, 부디 건강하시고요"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 라는 우리 옛 속담이 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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