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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는 의식적으로 거부해야 할 문화
우리 문화를 지키는 서곡
2008-02-14 14:30:24최종 업데이트 : 2008-02-14 14:30:2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이다. 성 발렌티누스 사제가 순교한 날이다. 당시 황제 클라디우스는 젊은 청년을 군대로 끌어들이고자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데 성 발렌티누스 이에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를 결혼시켜주고 죄를 얻었다. 이 날이 2월 14일이다. 여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이 기념일이 탄생한 서구에서는 아주 신성한 축제의 날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정착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초콜릿을 무더기로 건네는 날로 변질했다. 서로의 관계가 연인 사이가 아니어도 친분 관계만 있다면 고가의 초콜릿을 건넨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혹은 직장에서 여성이면 무조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로 전락했다.

이런 기념일은 삭막한 사회생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힘든 일상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가벼운 선문을 주고받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문화는 도를 지나쳤다. 기념일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었고, 소비 심리만 남았다. 또 이 문화는 한 달 후의 화이트 데이와 맞물려 선물 예약 과정이 되어버렸다. 대중 심리에 이끌려 필요 없이 치러야 하는 강압적인 문화가 되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이런 기념일 아류작이 장난처럼 생겼다. '블랙 데이(4월 14일)'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 데이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남녀가 함께 자장면을 먹는 날, '옐로우 데이(5월 14일)'는 자장면 먹을 친구도 못 구한 이가 혼자서 카레라이스를 먹는 날이다

이런 날은 젊은이의 장난기로 만든 날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발 빠른 장사꾼이 상품 판매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냄새도 짙다. 실제로 지금은 소비 계층이 신세대이다. 신세대는 전체 인구의 30%만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구매력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부응해 백화점도 앞 다투어 신세대 전문 매장을 확장하고 그들의 구매력에 목을 걸고 있다.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거는 기업은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다이어리 데이(1월14일)'로 시작해, 장미를 선물하는 '로즈 데이(5월 1일)', 연인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거나 은제품을 주고받는 '실버 데이(7월 14일)', 깊어가는 가을에 연인과 와인을 마시는 '와인 데이(10월 14일)' 등을 거쳐 12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펑펑 쓰는 '머니 데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변화를 가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그 역기능이 우리의 마음속에 군림하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가장 먼저 현재의 기념일은 국적 없는 문화이다. 역사적 배경도 희박하고 철학도 없다. 오직 소비만 있다. 또 이러한 건전하지 못한 문화 현상은 청소년과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한다. 그러다보니 세대 간의 갈등을 첨예하게 대립시킨다. 즉 현재의 문화를 따르려는 세대와 그것을 부정하려는 노년층은 동질의 감정을 교류하지 못하고 서로 갈등의 심리만 키운다.

지금 우리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잃고 참담한 상태에 빠져 있다. 600년 역사의 민족자존이 한 줌 재로 사라졌으니 상실감이 엄청나게 크다. 마찬가지로 국적 없는 기념일에 집착하고 민족 명절인 대보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우리 문화를 불태우는 것과 같다. 

대보름이야 말로 우리가 챙겨야 할 전통 문화이다. 우리 문화는 관심도 없고 국적 불명의 서양 문화에 열을 올리면 숭례문을 잃는 것처럼 언젠가는 우리 문화를 잃게 된다.   

대중매체도 건전한 문화 형성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즐기고 노는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어 안타깝다. 기업은 막대한 선전 기능을 앞세워 상품 판매의 양에만 치우치고 있다. 그리고 영상 매체는 문화 결핍에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정신과 행동까지 따라 하게 하는 마취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지금 어린 아이는 동요보다 대중가요를 더 잘 부르고 있다. 텔레비전 쇼프로도 10대의 방청객이 열광을 하고, 좁은 안방에선 어린아이가 춤을 추고 있다. 텔레비전은 문화도 없다. 매일 여기저기 나오는 출연진은 입담만 늘어놓고, 몸을 날려서 놀이에 치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저급 문화만 만들어진다.

이제라도 우리의 문화를 재건하는 바람직한 씨를 뿌려야 한다. 그것은 거대한 운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밸런타인데이 등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운동을 하자. 기업도 참여하고 매체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매출을 걱정하기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초콜릿을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 지도자까지 앞장서서 우리 문화를 즐기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숭례문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 민족 문화의 텃밭을 일구는 작업에 전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광경을 생각해보자. 상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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