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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는 글쓰기에 대한 당연한 보수
원고료는 세련되고 정제된 글을 쓰기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
2007-12-03 11:34:45최종 업데이트 : 2007-12-03 11:34:45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지난번에 공기관에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주제도 제시하고 원고지 분량까지 제시하며 부탁을 했다. 널리 알려진 기관지이고 해서 오히려 영광스럽게 청탁을 수락하고 글을 보냈다. 

그런데 당연히 올 원고료가 오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더니 원래 원고료가 없단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원고료가 없는 잡지가 더러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제법 큰 기관으로 돈이 궁한 것도 아닌데 이해가 안 된다. 아마도 글을 받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듯하다. 

원고료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청탁을 하면서 아예 원고료는 없다고 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청탁을 거절해야 하는데 돈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몇 번 망설이다가 글을 보내주곤 했다. 

그런데 글을 보내주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물 한 모금도 돈을 내고 사먹는데, 밤을 밝히며 쓴 글을 거저먹겠다는 생각은 도둑놈 마음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생각 저 생각 곱씹어 보다보면 자존심이 상학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엄연한 정신적 노동인데 쉽게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이 원망스럽다. 

글에 대해 재화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데는 나름대로 이런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첫째 글을 쓰는 일을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생각하고 무임으로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땀도 안 흘리고 가진 재능을 조금 베푸는데 무슨 돈을 지불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이름 없는 작가이니 돈까지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두 생각은 모두 잘못되었다. 글 쓰는 일은 노동보다 더 고통스러운 노동이다. 더욱 필자처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오랜 생각의 과정을 거치고, 표현을 하는데도 몇 번씩 수정을 거듭해야 한다. 글 쓰는 일이 노동성이 없다는 가벼운 생각을 고쳐야 한다. 또 이름 있는 작가에만 돈을 주는 얄팍한 인심도 못된 생각이다. 이 생각은 어떻게 보면 비굴하고 어떻게 보면 오만하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맹목적으로 이름에 기대는 사고는 건전하지 못하다. 

신문과 잡지는 문화 창달의 기수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청탁을 하고도 원고에 대한 보수를 지불하지 않는 신문과 잡지는 문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글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으면서 작가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우리 문화의 수준을 끌어내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는 글 값뿐만 아니라 창작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경제적 대우를 해주는 인식이 약하다. 실제로 보험 회사 등에서도 예술가는 일용직 노동자로 보상을 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나올 수 없다. 문화 대국이 될 수도 없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바라는 것도 전도된 바람이다. 

사실 필자는 서툰 글을 쓰는 작가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문단의 말석에 앉아 있는 아주 보잘것 없는 작가다. 아니 재주도 없는데 글 쓰는 것이 좋아서 글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다. 

내가 그나마 열심히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이다. 글쓰기에 몰두 하면 세상의 온갖 고뇌와 슬픔을 잊을 수 있다. 나를 찾을 수 있고, 일상에 짓눌린 삶이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글쓰기에 몰입을 한다. 글을 쓰면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소망에 눈을 뜬다. 

어차피 나란 위인의 글쓰기는 생업이 아닌 취미다. 해서 청탁을 받으면 원고료를 마음에 두지 않고, 오히려 독자를 만나는 즐거움에 쓴다. 하지만 밤을 밝히며 쓴 글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은 미련이 남아 있다. 그것이 원고료라고 생각한다. 원고료는 보다 더 세련되고 정제된 글을 쓰기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원고료 타령을 하는 것도 결국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사랑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접고 전력을 다해서 쓰는 글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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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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