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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는 건 한순간, 회복하는 건 한평생
다치는 것과 회복하는 것은 천지차이
2010-05-13 00:36:52최종 업데이트 : 2010-05-13 00:36:52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나는 지난 해 10월 즈음에 다리를 다쳤다. 
축구를 하다가 다쳤는데, 보통 축구를 하다가 다쳤다고 하면 으레 상대편과 심각하게 부딪혔거나 다리를 접질렸거나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단 둘이서 축구를 하다가 다쳤다. 그냥 동기와 공을 주고받다가, 상대방에게 공을 주려고 찬 순간에 자지러지고 말았다. 무언가 무릎에서 뚝 소리가 들리며, 내가 다시 오른 발로 땅을 지탱했을 때에는 너무 아파서 주저앉고 말았다. 

정말 한순간이었다. 허무했다. 나는 그냥 인대나 조금 늘어났으려니 하면서 버텼었다.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동네 정형외과를 가니 물리치료를 해줬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도 오른쪽 무릎은 쓰지 못할 정도로 아프긴 했지만, 점차 나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지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1월이면 나는 학군사관후보생 신분으로 동계입영훈련을 가야하는 데, 회복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다. 이제 정말 걱정이 되기 시작하여 큰 병원을 갔는데, 평생 구경도 해보지 못했던 MRI라는 것을 찍게 되었다. 

사실 아주 크게 다친 건 아니었다. 오른쪽 무릎 측부인대가 부분 파열된 것으로, 인대가 늘어난 것보다는 심하긴 하지만 다행스럽게 1, 2달 정도 쉬면 다시 회복이 가능한 부위였다. 
문제는 이렇게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조금 늦은 상태였다. 나는 이때부터 무릎보호대를 하고 다니며 있다가 1월에 훈련을 가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릎이 도지기 시작했다. 
군대에서는 자기 몸 관리를 못하면 자기만 손해다. 훈련소에서도 무릎이 아파서 이것저것 하지 않다보면 나만 뒤처지고 남들이 보기에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다치는 건 한순간, 회복하는 건 한평생 _1
다치는 건 한순간, 회복하는 건 한평생 _1

신경이 쓰여서 의무대에 들락날락거리기는 했지만, 끝까지 모든 훈련에 열외 한 번 하지 않고 참여했다. 그런데 또 이 무릎이라는 게 문제가 되었는데, 오른쪽 무릎에 신경을 쓰게 되니 아무래도 왼쪽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게 된다. 서서히 그렇게 다니다가 비오는 날 완전 군장을 하고 걸어가다가 내리막길에서 삐끗하게 되었다. 왼발에 온 체중을 싣고 걷다보니, 왼발이 뒤틀리자 온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뒹굴게 되었다. 그 때 왼발이 누구나가 보기에도 크게 꺾였다. 그 순간 또 인대가 늘어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내 왼쪽 발목은 한 주먹만큼 부어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지금은 5월이다. 그런데 내 발목과 무릎은 지금도 조금씩 아프다. 무릎은 격하게 뛰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만큼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왼쪽 발목은 자연 치유에 맡긴 탓인지 조금 아프다. 틈이 날 때마다 발목을 풀어주는 통에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꺾일 때면 고통이 파고든다. 
중고등학생 때에도 발목을 다쳤었다. 과거에 양 발목에 모두 깁스를 해서 그런지, 발목을 다치기 전에도 발목을 꺾었을 때 남들보다 더 많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또 발목을 다쳐버리니 너무나 아팠던 것이다. 

정말 다치던 순간은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는데, 몇 개월이 지나고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 정말 화난다. 
내가 그 순간에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이렇게 고통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한다. 
그 때에 이렇게 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었을 텐데, 그 때에 이렇게 말했으면 그 사람이 나를 떠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물질적인 욕구가 되었든 정신적인 욕구가 되었든, 사람들은 짧은 순간의 그 행동에 대해 후회를 하곤 한다. 정말 웃긴 것은 자신이 어떠한 짧은 순간에 한 대단한 행동들은 금새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 후회를 덮고도 남을 만한 자신의 말 한마디와 자신의 행동 하나는 생각하지 못한다.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그것이 언제 회복될는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한 순간의 성공이 내 인생에 얼마나한 행복을 주었고 상처를 보듬어줄 만큼 따스한 추억을 심어 주었는지 돌이켜보는 게 더 낫겠다.

회복, 상처, 후회, 순간, 허무, 행복,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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