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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심사 중에 있었던 일
편견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2007-12-15 08:58:47최종 업데이트 : 2007-12-15 08:58:4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글짓기 심사를 하러 갔다. 단체를 밝히기 곤란하지만 정부 기관이었다. 그리고 꽤나 상급 단체였다.

나란 위인은 이런 부탁을 받으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려고 마음먹고 여유 있게 나선다. 이는 평생 교직 생활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이날도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밖에서 기다리기 추워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업무 관계자를 만나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관계자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선생님을 세 분 모시고, 문인협회 회원을 세 분 모셨다고 한다. 계속해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교육청 협조를 얻어 선생님을 모셨고, 또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문인협회에도 초청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 말에 내 말을 덧붙이고 싶었는데 심사위원이 하나 둘 도착하면서 전달하지 못했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데 이런 생각이 그때의 경우만 아닌 듯해서 지면을 통해서 밝혀두고자 한다.

먼저 문인이 글짓기 심사를 하는데 전문가라는 생각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문인들에게는 심사비를 많이 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교사는 그렇지 않아서 편하다는 데는 마음 한 구석이 꺼림하다.

그들은 글짓기 심사에서 문인과 교사를 놓고 확고하게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구분하여 말한다. 심사비도 차별하는 것에 대해 정당하게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주최 측의 고위 인사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그 분이 문인을 어렵게 모셨다는 둥, 만나서 영광이라는 둥 하면서 덕담을 놓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체벌 문제와 교사와 아이들 성향이 예전과 달라서 선생님들이 고생하겠다는 이야기만 한다. 

이번뿐이 아니다. 비슷한 경험이 많다. 
글짓기 심사를 하러 가면 초대한 쪽에서 문인협회 회원에 대해서는 거창한 수식어를 동원해 추켜세우고, 필자와 함께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은 교사라고만 소개한다. 이때 청중의 분위기도 같다. 문인이 소개되면 뒤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고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다가 필자가 소개되면 앉아서 박수를 치는 둥 마는 둥 한다.   

이런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필자를 비롯해서 선생님들은 근무하는 학교 이름을 소개를 해도 두루 통한다. 하지만 문인들은 회사에 근무한다고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문인은 시인이니 수필가니 하면서 편의상 전업 작가처럼 소개된다.

그런데도 이후부터 필자는 평범한 교사로 못 박고, 문인은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호들갑을 떤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비교를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심사를 하면서 이름을 트고 대화하다보면 선생님들도 모두 등단을 한 작가다. 선생님들은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했다. 
이미 작품집을 내고 문단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가 많다. 필자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 공부를 했다. 문단에 발을 딛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했고, 작품집을 세 권, 시 해설서를 한 권 발행했다.  그리고 평생을 아이들에게 문학을 지도하고 있다.

비교의 저울에 올리고 싶지 않지만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교사와 문인을 견주면 할 말이 많다. 문인은 글만 쓰지만 문단에 입성한 교사는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친다.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하고 평생 문학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결코 문인들에게 뒤지지 않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자격으로 따지면 교사는 국가에서 인정을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신력도 있다.

필자의 공치사나 교사와 문인의 전문성을 저울질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선생님은 심사비에 부담이 없는데, 문인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심사비를 많이 줘야한다는 의식은 고쳐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왕 시작한 김에 하소연 하나 더 풀어놓아야겠다. 
대개 심사에 참여할 때 교육청에서 추천을 한다. 그때도 기관에서 교육청에 의뢰를 했고 교육청은 필자를 추천했다. 그런데 그 기관이 가관이다. 자기들은 교육청 장학사나 교감 급이 오는 줄 알았다고 한다. 요즘 글짓기 대회에 학부모들까지 관심이 많아 격이 높은 사람을 원했다는 이유까지 덧댄다.

살다보면 예의 없고 논리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글짓기 심사를 하는데 장학사를 찾고 교감을 찾는 사람들도 그런 부류다. 
겉모습에 집착하고 허명에 기대면 본질을 잃어버린다. 실체를 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이름에 얽매이면서 우리 사회는 학력 위조라는 열병을 앓았다.

학력 위조를 한 당사자들이 문제였지만 우리는 실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에 대해서 반성을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문인을 높게 보고, 교사를 낮잡아 보는 것도 짚어볼 것은 없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문인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이미 필자하고 문단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다. 

하지만 필자도 그에 못지않게 문단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심사를 하러 가면 소개하기 편해서 교사라고 하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 주변에 잘못된 편견으로 필자처럼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본질을 깊숙이 통찰하는 눈이 필요하다. 편견의 웅덩이는 썩은 물이 고이고 우리 모두를 불행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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