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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body LIES - 있는 그대로 믿지 마시라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입장'을 묻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2008-04-15 07:13:13최종 업데이트 : 2008-04-15 07:13:13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이번에도 총선 출구 조사는 어김없이 정확도면에서 손상을 입었습니다. 
왜 매번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정확한 출구조사를 수행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측을 하는데도 결과는 기대치와 자꾸 달라지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 사람의 속성을 조금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예를 하나 들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날 한 잡지회사 사장이 현재 시중에 나온 여성잡지들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지 소비자 조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들로 요약이 되었습니다.
'광고가 너무 많다'
'지나치게 두껍다, '
'가십거리가 너무 많다,'
'루머나 스캔들 따위의 쓸데없는 내용들이 많다' , '애들 볼까 무서울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이 많다'

아하! 소비자들은 사실 이런걸 싫어했군! 그래서 다음으로 어떤 잡지가 나왔으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주부들은 '육아, 인테리어, 리모델링'과 같은 내용들을 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여기에 일면 동의하는 분들도 있겠죠?)
'無섹스, 無스캔들, 無루머'

응답자의 95%는 이렇게 고객의 의견을 수용, 3무 정책으로 유익한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기꺼이 정기구독을 하겠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난 건전하니까 >.<)

95%의 응답자가 건전 정보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한 사장은 기존의 쓰레기 같은 잡지들과는 완전히 차별되는 진정한 여성 고객을 위한 매거진을 창간하기에 이릅니다. 이것이 1989년 창간된 건전 여성잡지 '마리안느' 지였습니다. 마리안느는 정말이지 당시 고객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안느는 창간 17호만에 부도가 나 버렸습니다. 잡지는 철저하게 안팔렸고 회생이 불능했습니다. 도대체 조사를 어떻게 했길래 타케팅 대상의 소비자들이 마리안느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예상이 가시죠? 소비자들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한 두명도 아니고 적어도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샘플을 뽑아서 조사 했을텐데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유사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까요?

사실 사람들이 여성지를 사는 이유는 불만이라고 지적했던 바로 그 부분 때문이죠. 낯 뜨겁다고 대답했지만 사실 즐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 부분이 없으면 재미가 없고, 수많은 다양한 광고들을 음미하면서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는데 말입니다(저도 광고가 젤 잼있더라구요). 우리는 연예인 누가 결혼한단다, 헤어졌단다, 숨겨진 아들이 있다더라등의 얘기들에 재미를 느끼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이런걸 다 빼버리고 자녀교육,인테리어, 문화, 독서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반영한 마리안느는 '새' 된 거죠. (건전 잡지조차 성적인 내용이나 누구누구의 체험 고백 등을 꼭 다루고 넘어갑니다)

Think의 저자 마이클 르고는 이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왠 정치냐.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견해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거죠.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괜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잘 모르는데 얘기했다가 망신당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을까 등등이 그 원인이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대중사회란 것은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로운 사고가 살아숨쉬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보편적인 집단 지성을 따르는 형태가 되는 거죠. 개인은 선해도, 집단은 이기적일 수 있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 연유하는 거죠. 

때문에 우리는 여론조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론조사는 사실 사람들이 신뢰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음에도,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또 수용해 버린다는 겁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 싶으면 어느새 자기도 그 입장을 수용하는거죠. 그래서 대통령이나 총선 투표 얼마 전 부터는 각종 기관들의 여론조사 발표를 금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작된 여론이 대중을 실제로 조작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누군가와 대화할 때 일단 '입장'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그게 궁긍하다면 여러분 본인의 입장부터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상대방이 제대로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거짓말을 했다고 기분 나빠 하지는 마세요. 우리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나요. 하루에 우리는 평균 다섯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감추고 싶은 것도 많고 그만큼 불안하고 유약한 존재기도 한 거니까요.

EVERYBODY LIES. 미국 드라마 HOUSE의 주인공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가 자주 하던 얘기죠. 환자의 진술조차 있는 그대로 믿지 말라면서 말입니다.

EVERYBODY LIES. 마음에 넣어두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결 편해질 겁니다.

Political Correctness, 거짓말, 대중, 소비자, 정치적 올바름,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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