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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불편함'을 찾아서
나의 작은 불편함이 다른 사람과 지구환경에게는 행복
2010-05-19 13:33:26최종 업데이트 : 2010-05-19 13:33:26 작성자 : 시민기자   임화영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에 걸려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 교차로를 지나가다가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도 인도에 접어들지 못한 휠체어를 탄 젊은 남자를 보았다. 
횡단보도 끝에는 10센티미터 정도의 턱이 있어 휠체어가 올라가지 못하고 한참을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젊은 남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행복한 불편함'을 찾아서_1
'행복한 불편함'을 찾아서_1

머릿속에서는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바쁜데 그냥 지나치지'라는 생각이 싸우고 있었다. 
바로 그때 건너편에 작은 자가용 승용차 하나가 멈추더니 젊은 여자 한 명이 내렸다. 그 여인은 약간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휠체어로 다가가 밀어주고 있었다. 
겨우 인도로 올라선 휠체어에 탄 젊은 남자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주 흐믓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좀 더 먼저 행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작은 불편함 때문에 커다란 행복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삶을 살아간다. 작은 수고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요즘 젊은 가정주부들 사이에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빨리 빨리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판치고 있는 틈새에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슬로우푸드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련스럽게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작은 수고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먹일 수 있다는 정성스런 마음을 볼 때면 살짝 부끄러워진다. 
그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환경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세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가 하면 아이들의 육아에서도 종이 기저귀 대신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는 면 기저귀를 사용하는 등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켜고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짓고 십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이불로 더운 여름에는 모기장에 부채하나로 견디면서도 잘 살아왔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겠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불편했던 생활들이 정말로 행복했던 것 같다. 

영국의 모 기관에서 조사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178개국에서 102위를 차지했다. 
1위 국가는 당연히 물질이 풍족하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서구 선진국이라 생각하겠지만 먹을 것조차 없어 서로 나눠먹는 가난한 국가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부탄 등의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결과를 보더라도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이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없어서 무엇이 부족하여 불행한 것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소중한 의미를 잊어버려서가 아닐까? 

각박해져 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속도와 결과에만 힘을 싣고 살아온 것 같다. 조금 느리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비결을 배운다면 조금 불편한 생활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요즘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차 없는 도로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하천을 다시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귀농하여 분주함에 쫒기는 도시생활을 접고 땀 흘린 만큼 보답하는 땅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복한 삶은 누구나 영위하고 싶은 것이다. 행복한 삶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에 가득 쌓인 욕심의 찌꺼기를 없애버리고 땀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행복은 자연스럽게 우리와 어깨동무를 할 것이다. 

나의 작은 불편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커다란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서로 서로의 작은 불편함으로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자유기고가 임화영, 운전, 신호등,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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