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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잘 한 것은 당신을 만난 것"
어느 부부의 이야기
2010-05-22 11:23:41최종 업데이트 : 2010-05-22 11:23:4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아내의 감정이 살아있으면 그 아내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해도 된다는 어느 남편의 이야기가 생간난다.


정말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복해"하고 느끼는 시간은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관점이 다르고 행복지수도 모두 다르고 보면 이것이 행복이다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나의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서 부부의 날에 특별한 산행이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산행이란 말 보다는 산책이 더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형님부부와 함께 동산에 오르기로 했었다. 아침 일찍 약속시간을 잡고 있었지만 집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예전 없이 약속시간이 조금씩 자꾸 늦어진다. 집으로 들어오라는 청을 거절하고 바깥바람에 몸을 의지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꽃나무가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꽃나무는 베고니아와 라일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 한 것은 당신을 만난 것_1
세상에서 가장 잘 한 것은 당신을 만난 것_1

"어머 이건 누가 심었나봐?"

혼잣말을 했는데 남편이 들었나보다.

" 그거. 형님이 심은 거야." 한다.

"근데 왜?"

"형수님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래." 한다. 

아내가 유별나게 좋아하는 꽃이 라일락이라고 했다.  아파트 화단에 군데군데 있는 보라의 라일락도 있지만 하얀색 꽃을 좋아해 꽃나무를 묘목상서 구입해 직접 심은 나무란다. 
부럽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아픔이 확 올라와 눈물이 핑 돌았다.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나오는 형님네 부부는 언제 봐도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필요 이상으로 했고 남편은 짖궂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형님은 얼마 전에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암 수술을 한 환자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수술 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단단한 체구에 빠른 회복을 의사도 놀랄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동산에 오르지만 약물치료를 하면서 자꾸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가는 길임에도 자꾸 오락가락 해 하신단다. 
여전히 산을 잘 오르는 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가끔 헛발을 딛고 다리에 힘이 없어 했다.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한 곳에 정자가 있었다. "헥헥" 거리고 뒤에서 따라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형님께서 먼저 정자 한쪽에 앉으셨다. 평소에 건관관리에 전혀 신경 안 쓰고 운동도 안하는 저질 체력이 부끄러웠다.

형수님께서 과일과 음료까지 준비해 오셨다.  시간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남편을 위하여 간식을 별도로 준비한 아내의 손길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 

먼 산을 보고 있다가 뜬금없이 형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말이야. 살면서 제일 잘 한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 두 가지 중에 첫 번째가 형수를 만나서 결혼한 거지." 하신다.

짧은 시간 동안 정적이 흘렀다.

형수는 " 나도 그래" 한다.


결코 무겁지 않은 대화였음에도 가벼울 수만은 없는 시간에 남편이 "아니. 노인네들이 대낮부터 웬 닭살 행각이십니까?"하고 농담을 던졌다.

작은 새가 날아와 노래하고 살랑거리는 산바람이 좋았다.  굳이 그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형님과 형수님의 표정은 남편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조용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준비한 과일과 차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마시고 그리고도 한참을 더 소나무의 향기에 빠져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 한 것은 당신을 만난 것_2
세상에서 가장 잘 한 것은 당신을 만난 것_2

난치병에 걸렸다고 모든 부부가 애처럽고 안타깝게 봐 주진 않는다. 어쩌면 다른 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고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완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회복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형님은 더욱 완치의 확률을 높일 것이다.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조차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분들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선배이자 금실 좋은 부부애의 내공을 배우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되었다.

오죽하면 부부의 날을 나라에서 지정까지 해 줬을까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이 직접 만드는 부부의 날을 최소한 일 년의 반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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