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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생순’의 감동
삶의 뜨거움을 영상화한 서정시
2008-01-29 08:56:59최종 업데이트 : 2008-01-29 08:56:5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팀이 어려움을 이기고 은메달을 딴 과정을 영화로 만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아래는 우생순)'을 보았다. 

영화 '우생순'의 감동_1
영화 '우생순'의 감동_1

이 영화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여자 핸드볼 팀은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이다. 선수들은 소속 팀이 없어 밥벌이도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있고 대표 팀은 역대 팀 중에서 최약체로 평가를 받았다. 
그녀들이 이런 우려와 예상을 뒤엎고 결승까지 올라가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핸드볼이 국기인 세계 최강 덴마크에 맞서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쳤다.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팀이 연장에 재 연장 그리고 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동점 또 동점,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아줌마 선수에 체구가 작은 우리 선수들이 서구의 큰 선수들과 싸우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만들기 전부터 주위에서 걱정을 했다고 한다. 스포츠 영화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핸드볼 영화는 더 큰 모험이며 제작비도 웬만한 멜로 영화 한편 제작비도 안 되었다. 흥행 예상 지수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흥행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치고 정상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가장 먼저 임순례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여자 영화감독이면서 직접 발로 뛰고 철저한 준비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칭찬이다. 여배우들도 몸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인간적인 캐릭터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코믹 콤비도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다. 

이 정도의 감동은 어느 영화에나 다 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요소가 영화 '우생순'의 흥행을 대변하지 못한다.
영화 '우생순'은 감동 이전에 아픔이 있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한미숙(문소리 분)을 보자. 
미숙은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도 운동을 했던 것처럼, 핸드볼은 그녀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소속팀은 해체되고, 급기야 대형 마트에서 일을 한다. 게다가 가장의 무능력으로 집안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일본 프로팀의 감독으로 활약하던 김혜경(김정은 분)은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혜경도 사랑에서 실패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픔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했지만 선수시절에는 라이벌 관계에 있던 미숙에게 늘 한 단계 밀렸다. 

송정란(김지영 분)도 남편과 설렁탕 집을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선수 시절 자주하던 생리 조절 때문에 아이를 못 낳은 고통을 안고 사는 주부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삶에서 감동을 얻는다. 주인공 한미숙의 경우 힘든 상황에도 주변에 기대지 않는다. 어려움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고 의연하게 일어서는 아름다움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드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생순'으로 몰려드는 관객도 마찬가지일것 이다.
고난과 시련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거기에 너무 집착하다가 오히려 아픔을 키운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당당히 받아들이는 그들이 감동을 준다. 

그것은 스포츠에서 오는 감동만이 아니었다. 인생의 길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삶의 골짜기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어떤 때일까. 은메달을 목에 건 순간일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순간이다.
난 그녀들을 통해 삶의 열정을 보았다. 인생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도 읽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불가능한 싸움도 이길 수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세대 교체론을 개혁의 화두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것이 모두 부질없는 논리라는 것도 깨달았다.
말년에 물이 올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왕언니 송정란을 비롯 그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이겼다. 
힘과 기술이 지배하는 스포츠에서도 경로당 멤버가 통한다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예쁜 여주인공도 없고, 펑펑 울리는 감동도 없다. 스토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영화는 잔잔함이 있다. 멋 부리지 않고 꾸미지 않은 것이 더 매력을 준다. 삶의 뜨거움을 영상으로 처리한 영화였다. 모처럼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을 읽었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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