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초상
2010-05-17 17:18:02최종 업데이트 : 2010-05-17 17:18:02 작성자 : 시민기자 강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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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아버지의 초상_1 "제가 소를 몰고 갈께요" "그래, 숙제는 다 했냐?". "아직...." 잠시 동안 침묵은 흐르는 냇물소리와 어수럼한 어둠이 모든 것을 감춰준다. "애야, 너는 농사꾼은 되지 않아야 한다." 아버지의 다음 말씀도 대충 어림짐작 할 수 있다. 군대 시절 상사가 군에 남아 같이 근무하자고 그렇게 강요 했었는데..... 술잔이 얼큰하게 취해지노라면 옛날 회상을 떠 올리며 그나마 말수 적은 아버지의 유일한 레파토리를..... 그러나 아버지는 어깨 위에 걸친 지게의 무게만큼 긴 호흡으로 대신한다. 새로 얻은 직장, 지금껏 가보지 않았던 길을 기계 소리에 맞추어서 온 종일 시달리다 보면 밤이 반갑고, 새벽녘의 아침상을 고등학생인 아들과 같이 한다. 자정이 다 되어 귀가하여 늦도록 책상 앞에서 있다 보니 항상 잠이 부족하여 비몽사몽간인 아들에게 얘들 엄마가 아침밥을 떠먹일 때 쯤, 잠에 깨고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안스러움과 다 큰 자식을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는 인내의 모정(母情) 또한 서글퍼 말없이 출근길을 서두른다. 호적한 서호의 벤치에서 문명을 뒤로 한 채 돌담길 한 켠에서 바라보는 무디고 무딘 자식의 생활 자세를 지게지고, 한세상을 온 몸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말없는 세월의 무게를 귀밑머리 백발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침묵을 이해하듯이 나 또한 아들에게 닮을 꼴로 일상의 아침을 보내고 있다니... 파릇파릇한 미루나무 아카시아 새싹이 있던 뚝 방 길을 걷던 그 어린 아들이 오늘은 찰랑대는 방죽 길로 쭉쭉 뻗은 두 줄의 메타 스케어 가로에 기대어 붉게 물든 석양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쯤 소나기 걱정으로 한 낮의 햇살을 친구삼아 붉게 탄 아버지 초상 때문에 목메어 운다. 어서 빨리 밤이 오너라. 나의 눈물 감추기 위해......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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