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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조용한 일상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날
2010-05-30 01:03:26최종 업데이트 : 2010-05-30 01:03:26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365일 1년을 살아가면서, 정말 가끔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물론 내 나이가 더 들어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수 있지만, 대학생인 나는 정말 가끔 그런 하루가 생긴다. 

평소에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긴 수업을 정신없이 듣는다. 저녁이 되면 밥을 먹고, 여자친구와 가끔 데이트를 즐기거나 동기들과 술을 한 잔 기울인다. 그러나 이제 4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는 나에게 한 학기의 반은 시험기간이다. 
사실 16주라는 짧은 기간 중에 시험을 두 번 보게 되니, 중간고사가 끝나고 조금 놀아볼까 싶으면 기말고사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레포트와 과제, 그리고 가끔씩 나오는 퀴즈는 정말 미칠 것 같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내가 하루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루하루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요즘에는 그런 분위기가 더 고조되는 것 같다. 내가 신입생일 적만 해도, 신입생은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기라는 풍조가 만연했다. 게다가 나랑 친한 동기들과 선배들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많아서 사실 신입생 시절에는 너무 놀다버릇해서 놀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오는 신입생은 남다르다. 입학할 적부터 어떤 수업을 들을지, 어떠한 자격증을 따야할 지, 얼마만큼 공부할지 알고 오는 신입생이 많다. 물론 모든 신입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 때보다는 그런 신입생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모두들 긴장하며 살아가고, 전보다 더 취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수업에 들어가면 가끔은 숨이 막힐 듯 한 긴장감에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소소하고 조용한 일상 _1
소소하고 조용한 일상 _1

그러던 날 중에, 정말 가끔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사실 할 것이 없는 날은 아니다. 과제가 있긴 한데 내일 모레까지이고, 친구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내일로 미루어졌고, 여자친구는 친구들과 놀러 나갔고, 부모님은 바쁘셔서 집에 없다거나 하는 날 말이다. 

늦잠을 자고 한 10시에서 11시쯤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일어난다. 오랜만에 친구와 느긋하게 밥을 먹어볼까 하고 연락을 해보면, 갑작스런 연락에 다들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 혼자 라면을 대충 끓여먹고는 뭐할까 고민을 하며 드라마나 쇼프로를 가볍게 본다. 그러다가 혼자 앉아서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외출을 결심한다. 

가방에는 요즘 읽는 책 한권과 영단어장 한권, 그리고 지갑이 들어간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에 돌아다니다보면 혼자 영화를 볼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어볼까 고민을 하게 된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날이면, 무조건 사람이 없는 시간을 택한다. 옆 자리에는 아무도 없고, 따분하면 자리를 계속 옮겨 다니며 볼 수도 있다. 
눈치를 보며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카페에 가면 나름대로 혼자 가는 묘미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MP3가 필수다. 혼자서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옆 테이블의 수다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그 테이블에 여자가 둘 이상 앉아있다 싶으면, 나는 바로 이어폰을 꽂는다. 사실 여자분 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듣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어폰을 꽂고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책을 읽는 것이 지겹다 싶으면 나는 노트 한 권과 연필 하나를 꺼낸다. 무작정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으면 왠지 집중이 잘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된다. 내 방에서 혼자 내가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글을 쓰다가 옆 테이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또 생각이 나기도 하고, 오랜만에 잊고 있던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 친구가 생각나면 오랜만에 전화 한 통을 걸어 카페에서 혼자 앉아 그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란 참 그렇다. 바쁘고 바쁜 일상에서 갑자기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잠시 동안은 내가 무얼 해야 할 지 고민된다. 사실 난 그런 시간이 즐겁다. 
아직은 학생이라 버는 돈도 없고 해서 내 취미 생활에 집중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업을 갖고 돈을 벌게 되면 그 시간에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활동적인 일들을 하고 싶다. 공부를 해서 알아간다거나, 가르침을 받아 배워간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사실 내가 직업을 가지고 싶은 이유도 그렇다.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렇다. 학생일 때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동안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오늘도 이런 글을 써보며, 언제쯤이면 나도 내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문득 생각나는 사실이 있다. 요즘에는 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 없을까.

 

일상, 여유, 스트레스, 직업, 여가, 휴일, 평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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