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1년을 살아가면서, 정말 가끔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물론 내 나이가 더 들어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수 있지만, 대학생인 나는 정말 가끔 그런 하루가 생긴다. 소소하고 조용한 일상 _1 그러던 날 중에, 정말 가끔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사실 할 것이 없는 날은 아니다. 과제가 있긴 한데 내일 모레까지이고, 친구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내일로 미루어졌고, 여자친구는 친구들과 놀러 나갔고, 부모님은 바쁘셔서 집에 없다거나 하는 날 말이다. 늦잠을 자고 한 10시에서 11시쯤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일어난다. 오랜만에 친구와 느긋하게 밥을 먹어볼까 하고 연락을 해보면, 갑작스런 연락에 다들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 혼자 라면을 대충 끓여먹고는 뭐할까 고민을 하며 드라마나 쇼프로를 가볍게 본다. 그러다가 혼자 앉아서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외출을 결심한다. 가방에는 요즘 읽는 책 한권과 영단어장 한권, 그리고 지갑이 들어간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에 돌아다니다보면 혼자 영화를 볼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어볼까 고민을 하게 된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날이면, 무조건 사람이 없는 시간을 택한다. 옆 자리에는 아무도 없고, 따분하면 자리를 계속 옮겨 다니며 볼 수도 있다. 눈치를 보며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카페에 가면 나름대로 혼자 가는 묘미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MP3가 필수다. 혼자서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옆 테이블의 수다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그 테이블에 여자가 둘 이상 앉아있다 싶으면, 나는 바로 이어폰을 꽂는다. 사실 여자분 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듣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어폰을 꽂고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책을 읽는 것이 지겹다 싶으면 나는 노트 한 권과 연필 하나를 꺼낸다. 무작정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으면 왠지 집중이 잘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된다. 내 방에서 혼자 내가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글을 쓰다가 옆 테이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또 생각이 나기도 하고, 오랜만에 잊고 있던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 친구가 생각나면 오랜만에 전화 한 통을 걸어 카페에서 혼자 앉아 그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란 참 그렇다. 바쁘고 바쁜 일상에서 갑자기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잠시 동안은 내가 무얼 해야 할 지 고민된다. 사실 난 그런 시간이 즐겁다. 아직은 학생이라 버는 돈도 없고 해서 내 취미 생활에 집중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업을 갖고 돈을 벌게 되면 그 시간에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활동적인 일들을 하고 싶다. 공부를 해서 알아간다거나, 가르침을 받아 배워간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사실 내가 직업을 가지고 싶은 이유도 그렇다.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렇다. 학생일 때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동안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오늘도 이런 글을 써보며, 언제쯤이면 나도 내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문득 생각나는 사실이 있다. 요즘에는 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 없을까.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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