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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사진 찍는 날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기분이 싱숭생숭
2010-05-30 15:44:59최종 업데이트 : 2010-05-30 15:44:59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지난주에는 드디어 대학교 졸업사진 촬영을 했다. 
난생 처음 정장을 입어보고 넥타이를 매어 보았다. 학군단복을 입는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항상 매던 대로 넥타이를 매었는데 생각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 찍을 때에는 정말 교실에서 놀다가 촬영한다고 해서, 세안제로 얼굴 한 번 닦아주고 가서 촬영한 것이 기억이 난다. 대학교는 사회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어서 그런지 졸업사진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졸업사진 찍는 날_1
학군단 동기들과


소문에 의하면, 아니 어느 정도는 검증된 사실에 의하면 대학교 졸업앨범에 쓰인 사진이 결혼정보 사이트에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여성들은 특히 대학교를 졸업하면 결혼정보 업체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며, 이 경우에 사진이 대학교 졸업사진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남성은 여성만큼 사진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일생에 한 번 깔끔한 정장을 입고 제대로 사진을 찍어본다는 것에 왠지 기대도 되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내년이면 이제는 정말 대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다. 4년째 휴학도 하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니다보니, 대학교가 나의 일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무언가 학교 주변에 있지 않으면 내가 아닌 것 같다. 남자 동기들은 군대를 다녀온다고 휴학을 하고 떠나버리고, 여자 동기들은 유학을 다녀오거나 인턴을 하거나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학교에 남아있는 것은 복학한 선배님들이나 유일한 나의 학군단 동기들이다. 어찌되었든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나는 혼자 다니는 것을 즐기지만 생각해보면 아주 혼자 다녔던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대학교에서 아주 헛살지는 않았나 보다. 


전역을 하고나면 나는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내 생각에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공부를 할 것 같은데, 그 때에도 학교는 내가 다니던 그 때와 같을까. 
내가 염원하던 것을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교는 지금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지 지금은 학사 학위를 대량 생산해내는 공장에 갇혀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내 꿈은 경제학 박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현실적인 벽이 너무 크다. 요즘에는 공부를 하는 것에도 돈이 필요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데,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예전에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듣고 자랐는데 말이다. 

졸업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 대학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내 미래의 모습들도 간혹 그려보게 된다.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 설렘을 간직하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부풀어 오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정말 여유라는 것과 작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슬프기도 하다. 
사진은 그 순간을 담아내지만, 사진을 보면 그 순간만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직 졸업하기 까지는 몇 개월이 남았지만, 사진을 찍고 나니 괜히 기분이 뒤숭숭해져서 글을 또 써본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정장을 입은 내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서 신났지만, 막상 쳐다보고 있으려니 마음 한 구석이 저리다. 내 나이 30에 이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에는 행복한 순간만 떠올랐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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