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마트에서 발견한 추억의 파편
2010-04-29 07:04:08최종 업데이트 : 2010-04-29 07:04:08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마트는 보물섬이다. 왜냐하면 구석구석 숨어있는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집사람과 함께 늦은밤 마트로 향했다. 
둘다 일에 치어 저녁을 못 먹고 퇴근한지라 늦은 밤 고픈배를 채우기 위해 심야 마트행을 결심하였던 것이다. 도착과 동시에 제빵코너로 향한 우리는 시식용으로 나와 있던 빵을 허겁지겁 주워먹고 나서야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마트까지 온 이유는 맛있는 거 좀 먹어보자는 의도였지만 정작 도착하고 나니 분식코너 및 푸드코트는 이미 문을 닫은 상황이어서 당장 먹을 수 있는건 시식용 빵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성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 아님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일까 왠지모를 미안함에 재고떨이용 빵 한봉지를 사고 본격적인 쇼핑에 돌입하였다.

떨이를 하고 있는 정육코너 및 농수산물 코너를 지나 도착한 스낵코너에서 집사람이 좋아하는 감자스낵을 몇 개 장바구니에 집어 넣다가 진열대 하단에서 발견한 건빵. 손잡고 걷고있다 우두커니 멈춰버린 나 때문에 집사람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한동안 별 말 없이 쭈그려 건빵을 만져보았다. 

물론 그 시절의 건빵은 아니었지만 생김생김이나 무게감이 군용과 비슷하게 꾸며져 있었다. 대한민국의 예비역의 추억을 인질로 잡고 판매하는 전략을 가졌는지 꽤나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트에서 발견한 추억의 파편 _1
마트에서 발견한 추억의 파편 _1
 
"자~ 지금부터 30분간 부모님께 보낼 편지작성 시간을 주겠습니다." 
참 추웠던 훈련병 시절, 지급받은 건빵을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편지작성 시간에 다들 각자의 건빵을 먹으며 집으로 편지를 쓰던 시간이 있었다. 보고싶은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항상 주린배를 지닌 훈련병들의 입 속은 텁텁한 건빵이 꾸역꾸역 차있고 참 언밸런스한 상황이었다. 
예비역이라면 알겠지만 30분 동안 물없이 건빵 한봉지를 다 먹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게다가 눈물흘리며 편지까지 써야했으니 그 상황이 오죽했겠는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흐느낌이 내 손안에 있는 건빵을 매개체로 들려왔다.  

이제는 건빵을 보기도 힘들지만 당시의 건빵은 참 별미였다. 위에서 말한 눈물의 건빵도 있지만 딸기잼에 찍어먹는 달콤한 건빵도 있고 치즈와 함께 먹는 고소한 건빵도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튀긴 후에 설탕을 뿌려먹는 것이 최고며 여기에 우유를 곁들인다면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추억을 더듬으며 바구니 속으로 넣었던 건빵은 집사람의 손에 의해 다시 진열대로 끄집어져 나왔고 10년전의 추억을 헤엄치던 나도 현실의 뭍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지금 먹으면 맛 없겠지?"
조그마하게 독백을 곁들이며 말이다. 
맛있는 거 좀 먹어보자는 목표달성은 실패한 오늘의 마트행이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추억의 파편을 부여잡고 예전을 거닐었던 것은 부수입 치고는 꽤 짭짤한 경험이었다. 

마트는 이런 측면에서 참 보물섬인 거 같다. 
여기저거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마트, 이래서 계속 갈 수 밖에 없다. 

건빵, 군대, 추억, 임동현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