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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노인들에게 고액의 상품을 팔지 마세요
고가의 베개와 이불, 전기장판을 사오신 친정 엄마
2010-04-30 13:39:23최종 업데이트 : 2010-04-30 13:39: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친정엄마란 각별하다. 그냥 엄마라고 표현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친정엄마'란 그냥 엄마와는 차원이 확실히 다르다. 특히나, 내 나이 3살 때 남편과 사별하고 평생 고생만 하신 나의 가슴 속 '친정 엄마'는 항상 애달프기만한 존재이다.

그런 친정엄마께서는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자장면' 장사를 몇 십 년을 하셨다. 당시에는 한 달에 한번만 쉬는 날이었다. 사람도 두지 않고 홀로 하셨으니 곁에서 보고자란 딸의 입장에서 보면,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사신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친정엄마를 10년 전 수원으로 모시고 왔다. 가까이에서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며 가끔은 여행도 떠나야지, 하며 다짐을 했었다. 평생 고생만 하셨으니, 이제는 편안히 사시도록 옆에서 친구가 되어 주리란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잘해드린다는 것은 매달 용돈을 드린다는 것과 가끔 멋진 식당에 모시고 가서 별난 음식 사드리기 정도일 것 같다. 사실은 그것이 효도가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생활을 먼저 챙기다보니 엄마를 그만큼은 덜 챙기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친정엄마께서 베개 두 개를 들고 오셨다. "이 베개 배고 자면 잠도 잘 오고 머리도 안 아프다"고 하면서 말이다. 딱 보니 요즘 유행하는 천연고무 베개이다. 속으로 '이거 가격이 꽤 비싼건데..' 하면서 엄마에게 얼마 줬냐고 물어보려다가 사 오신 성의 때문에 참았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외출을 한 사이에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께서 오셔서 베개 색깔이랑 똑같은 이불하고 전기장판을 깔아놓고 가셨다는 것이다. 

제발 노인들에게 고액의 상품을 팔지 마세요_1
제발 노인들에게 고액의 상품을 팔지 마세요_1

불현듯 2년 전 사건이 떠올랐다. 집에 많아서 가지고 왔다며 휴지묶음이랑 고추장, 그릇 등을 우리 집으로 나르시는 것이다. 
며칠이 지난 뒤 큰오빠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다단계 판매하는 곳 가셔서 신경통 약이라며 사 오셨다는 것이다. 당신이 고집이 세셔서 오빠 말을 안 들으니 내가 좀 이야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전화 받은 즉시 엄마 집으로 향했다. 세상에나, 베란다 창고에 휴지꾸러미가 가득히 쌓여있었다.

엄마의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했다. 
그 분들(판매업자들)은 노인정 어르신들을 동네 어느 건물로 모신단다. 먼저 어르신들의 호기심을 사려 노래와 춤을 유도하고 공짜 선물들을 나눠주며 내일 다른 분들과 또 오시라고 한단다. 
"어머니, 엄마"하면서 어깨도 주물러 주고 흥겹게 몇 시간 놀아주어 신이 난다는 것이다.

친정엄마의 말을 잘 들어보니, 며칠 가서 놀고 공짜 선물도 받다보니 나중엔 미안해서 물건을 샀다는 것이다. 오죽 미안하면 몇 십 만원 하는 물건을 사셨겠는가? '가까이에서 효도 못한 우리에게 잘못이 있지'라고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절대로 가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사신 것이다. 
집에 도착해 안방에 들어서니 친정엄마께서는 반품을 못하도록 아예 상표도 다 뜯고 침대에 가지런히 깔아놓고 전기까지 꽂아 놓으셨다. 가격이 꽤나 비쌀 것 같았다. 잠시 망설였다. 지금 전화를 해야 하나, 아니면 화를 가라앉히고 나중에 물어보아야하나 갈등을 하면서도 어느새 전화기를 들어 버렸다.

차분히 물어보아야겠다며 전화를 걸었지만, 이내 화가 치밀어 올라 엄마의 말은 듣지도 않고 산 곳을 물어보았다. "우리 딸이 항상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샀으니 그냥 써봐라. 화만 내지 말고.."만 되풀이 하신다. 난 반품한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시간이 흐른 뒤 엄마에게 화를 심하게 낸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저런 고가의 상품을 판단력이 흐려지신 어르신들한테 판매한 사람들의 잘못이지' 하며 애써 화를 참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또 다시 걸었다. 이미 샀으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혹시나 주민등록증 보여주었냐고 물어보았다. 주민등록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할부처리했을까봐 염려가 된 까닭이다.

친정엄마는 아끼고 아끼던 통장의 저금을 찾아 지불하였다면서 나보다 젊은 엄마도 샀다며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들의 상술이라며 구구절절 설명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냥 다시는 사지 말라고 하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파는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야하지만 제발 경제적 능력이 없고 마음도 약한 어르신들에게 고가의 상품을 팔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속은 상했지만 한편으론 행복했다.
엄마의 끝없는 자식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 할수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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