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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선생님의 지극한 한글 사랑
영어 선생님께서 영어를 쓰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2010-05-22 22:43:13최종 업데이트 : 2010-05-22 22:43:13 작성자 : 시민기자   전화주

2학년에서 가장 인기있다고 소문나신 한 영어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평소 친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기로 소문이 나신 분이라 그날 역시도 활기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분필을 내려놓으시며 우리를 나긋하게 부르셨다. 

"얘들아, 많이 졸리지? 선생님이 지난주에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는데, 하나 듣고 계속할까?"
"네"
"선생님이 지난주에 어머니를 모시고 요 앞 백화점에 갔거든. 어머니가 마음에 드셨는지 회색옷을 하나 고르셨는데, 어머니를 보고 "그레이요?" 라고 하는거야. 선생님이 그 직원의 태도가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 매장을 나와버리고 말았단다."

선생님의 말씀에 한 친구가 황당하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원래 백화점에선 거의 그러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러자 선생님 께서는 표정이 어두워 지시며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선생님이 기분이 나빴던건 그 직원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영어를 쓰려고 했다는 점이란다. 그 직원이 실상 외국인 손님을 만났다면 우리 어머니 앞에서처럼 당당하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 아마 한국어와 영어를 짬뽕시켜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했을거야. 선생님은 이 부분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한글을 외면하고 엉터리 영어를 섞어쓸 필요가 왜 있겠니? 선생님이 영어 선생님이 되가지고 영어를 하지 말라고 하니 웃기겠지만, 영어는 필요할 때만 쓰면 되는거야. 앞으로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때는 선생님이 겪었던 웃긴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자. 수업 시작하자."

선생님의 이런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끝났다를 두고 finish를 사용하고, 툭하면 hurry를 쓰곤 했던 나. 영어선생님의 한글 사랑 앞에 내 자신이 어찌나 어리석게 느껴지던지.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나머지 수업에 제대로 임할 수가 없었다.

영어 선생님의 지극한 한글 사랑_1
영어를 남발하고 있는 어느 잡지의 표지

언제부터 일까. 우리는 우리의 혼이 담긴 한글을 촌스럽다, 뒤쳐진다는 말들로 멀리했던것 같다.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우리는 이러한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일본이 한글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이유, 창씨 개명에 매달렸던 이유, 그 이유는 한글에 담긴 민족이라는 뿌리를 뽑기 위해서였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물을 빨아들이지 못해 그 명을 다해버리고 만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되찾기위해 희생되었던 분들의 노고가 물거품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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