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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
2010-05-24 11:08:04최종 업데이트 : 2010-05-24 11:08:0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부처님 말씀도 듣고 스님께서 직접 타 주시는 차도 마시다 오는 작은 절이 있다. 
언제나 나의 안식을 위해서 찾아가지만 스님은 항상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래된 공양주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편안하고 휴식 할 수 있는 곳이다.   

석가탄신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어 절의 경내에는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한참 앞두고 있었지만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향기가 발길을 끌어당겼다. 꾸벅 인사하는 모습을 본 공양주 보살님은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셨다.
나물전을 하고 있었는데 시골에서 흔히 보던 나무 잎사귀였지만 식용으로 쓰였던 나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먹어보라는 권유에도 덥석 손이 가지 않았다. 

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1
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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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2
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2
옆에 있던 남편이 염치없이 반색을 하면서 집어 들고는 맛있게 먹었다. 
참죽전이란다. 모양새론 어린 시절 텃밭이나 마당가에 심어져 있던 나무이다. 잎사귀를 만지기만 해도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하고 독특한 향을 가진 것이었다. 

먹으려 들지 않자 직접 입에 넣어주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에 우물우물 먹었다. 
예전과 다름없는 강한 향과 먹지 않았던 새로운 음식에 대한 선입견으로 젓가락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스님께서 "절에서는 고기 대신 먹을 정도로 몸에 좋은 것이다. 많이 먹으라"하여 한 점 두 점 먹다보니 그런대로 먹을 때마다 끌리는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마다하는데도 공양주께서 한웅큼 덜어 손에 쥐어 주셨다. 나물도 해 먹고 전도 부쳐 먹으라면서. 
남편은 어린 시절 많이 먹었던 나물이라고 말했다. 제철음식이 없는 요즘에도 참죽나물은 이 시기가 지나면 내년이 될 때까지 다시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에 귀한 나물이라고 했다. 

남도 쪽에서는 가죽나물이라고도 한다. 참죽나무 순을 따서 생무침이나 참죽전, 참죽쌈, 참죽튀각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주로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를 만들어 주셨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 향춘 또는 저향이라 불리며 고급 나물로 식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방으론 그 뿌리를 약으로도 이용하고 재목은 가구나 악기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니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참죽나무이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 동네 한가운데 굵은 참죽나무가 있어서 한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평상에서 놀던 때가 있었다. 
바닥에 줄을 그어 놓고 땅따먹기 놀이도 하였고 공기놀이도 했던 생각을 왜 몰랐을까? 지역마다 명칭이 다르다 보니 얼른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남부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이용했다는데 참죽나물에 대하여 무지한 것은  어쩌면 나물을 좋아하지 않은 친정 부모님의 역할도 크겠다 싶다. 

참죽순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약간의 소금 간을 했다. 고유의 맛을 즐기는 남편의 입맛에 양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쌉싸래한 맛이 나고 참죽나무 특유의 향이 참기름과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내기도했다.  

참죽전은 밀가루를 많이 쓰는 것 보다 서로 엉겨 붙을 정도의 약간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특유의 맛을 즐기려하는 것이니까. 진한 향이 있음에도 아이들도 잘 먹는다. 
처음엔 특유의 향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자꾸 먹으니까 "아. 이런 맛이구나." 하고 금방 향긋한 향에 취해 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별스런 특식이 아니었음에도 엄마가 주물럭주물럭해서 뚝딱 만들어낸 투박하고 거친  '엄마표' 음식이 날이 갈수록 더 그리운 것은 나도 나이를 먹는가보다. 

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3
고기대용으로 먹었던 참죽나물_3
지금쯤 고향 텃밭에는 마늘과 많은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을 것이다. 중간멸치에 마늘종을 함께 볶아낸 마늘종 반찬에 따뜻한 점심을 먹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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