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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 수 있는 것을
- 발표를 해보고 나서야 느낀 점들
2010-04-24 22:10:29최종 업데이트 : 2010-04-24 22:10:29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요즘은 대학교 시험 기간이다. 
대학교도 시험 기간이지만 학군단(ROTC)도 한창 평가가 진행 중이다. 저번 주에는 분소대의 공격에 대한 실습평가가 이루어졌다. 
각자 지도에 분대 공격 전술을 구상하여 표기법에 맞게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5명이 한 조를 이루어 큰 전지에 분대 공격 전술을 표기하고 발표를 하는 것이 최종 실습 과제였다.
 

사실 아직 대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후보생들이라서 한창 시험공부를 하다가, 군사학 실습평가를 준비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우리가 북한군의 군사 약어를 보았나, 아니면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K2를 보았나? 처음으로 그런 것들을 그려보려니 막막했다. 
더군다나 다들 실습평가를 하기 한 시간 전부터 모여서 부랴부랴 책들을 찾아보고 기호를 찾아보고, 서로 '이거 아니야?', '아냐, 이렇게 하는 거 같은데?', '아냐 너희 둘 다 틀린 듯한데?' 하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우리 조는 사실 5명 중에 3명이 준비를 했다. 한 명은 수업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고, 한 명은 얄밉게도 여유롭게 혼자 밥을 먹고 왔다. 
준비한 3명은 빵 한 조각씩 물고 하다가 배달시킨 음식을 10분 만에 마시다시피 먹어버리고 계속 발표 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 우리는 그 두명한테 발표를 시켜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조 발표는 혼자서 해야 하는 데, 조 점수가 자신한테 달려있다는 부담감을 서로 미루었던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지도를 그렸으니까 여기까지가 내가 할 일이라고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생각이 나에게 참 안 좋은 버릇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기대라는 것에 나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대에 못 미치면 사실 아주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신경을 쓰다가 할 수 있는 일도 잘 못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몇 번 일어나고 나서는 아예 자신감을 잃었었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도전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건 방학 때마다 겪었던 입영훈련에서도 반복되었고, 학교 군사학 시간에도 반복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면 실수만 안하려 노력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하면 할 수 있는 것을_1
하면 할 수 있는 것을_1


근데 발표를 준비하다가, 동기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너희 조 애들은 다 그럭저럭 괜찮은데 다들 이기적이라서 누구 하나 발표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사실 좀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내 자존심이 꿈틀댔던 것도 사실이고, 우리 조를 너무 우습게 본다는 생각도 조금 했는 지 모른다. 그래서 지도를 그리며 계속 고민했다. 아 그냥 내가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밥을 아주 여유롭게 먹고 온 동기에게 네가 발표를 하라며 우리 조 발표 지도를 보여주었더니 또 그곳에 집중하지 않고 개인 실습평가지에만 신경을 쏟았다. 
순간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동기가 기본적인 것조차 알지도 못하는 것에 너무 실망해서 그냥 내가 하겠다고 해버렸다. 
그렇게 내가 하겠다고 다시금 생각을 하고, 내가 그렸던 그 지도를 처음부터 다시 분석했다. 확실히 책임감을 가지면 뭔가 노력을 더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정말 짧은 시간 내에 생각해냈다.
 

사실 나는 내가 그렇게 발표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긴장하면 아직까지도 신경을 너무 써서 손이나 목소리가 조금 떨리기 때문에 그것이 싫어서 안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기회를 많이 늘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평가관님 눈에는 6개 조 발표자 중에서 내가 그래도 괜찮았다고 생각하셨는지, 우리 조 발표 잘했다고 칭찬을 하셨다. 우리 조 동기들 이름 옆에 A가 적힌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말 너무 기뻤다.
 

하면 되는 것을, 언제까지나 내 자신감 때문에 눌러둘 수는 없다. 
어머니가 항상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셨다. 사실 그 말 덕분에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소심한 면이 남아있는 나는 여전히 노력 중이다. 

저번 주에는 이 사소한 사건을 통해서 내가 또 한 번 점프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이번 여름방학 때 입영훈련을 가면 좀 적극적으로 임해 볼 생각이다. 매번 훈련 때 남들 하는 만큼, 그냥 시키는 것만 잘 했더니 역시 주구장창 4000명 중에 2000등이라고 뜨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이번에는 세자리 수 등수를 받아야겠다는 좀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가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재목인지 확인을 좀 하고 싶다. 물론 내가 또 그때 가면 소심하게 나갈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나는 정말 사소한 이유들로 미루고 있었던 건 아닌지 싶다. 이럴 때 보면 아직도 내가 이정도로 어리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지금 내 나이의 숙명일 것이라 또 생각을 바꿔먹는다.

 

발표, 자신감, 부담, 대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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