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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
2010-05-02 23:42:09최종 업데이트 : 2010-05-02 23:42:09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두 발로 땅 위를 걷는 다는 것, 나는 그동안 그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몰랐었다.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겨울 불편한 발목 때문에 집에서만 지내다가 깁스를 풀고나서 땅을 디디며 걸을 때, 가슴이 퐁당거리며 뛰었다.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두 발로 걷는 일을 감사하게 된 것이다.
그날처럼 오늘 오후 2시의 태양은 내게 아찔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사는 일 자체가 소풍이거늘 배낭을 둘러메고 길을 나선 오늘에서야 진정 소풍을 하는듯 마음이 즐거웠다.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2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2

오늘 소풍을 다녀온 곳은 대학캠퍼스와 근접해 있는 광교산이다.
광교산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와 용인시 수지구에 걸쳐있는 높이 582m의 산으로 한남정맥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인근의 백운산과 함께 덩치도 크고 소나무 능선이 길게 뻗은 레젼드급 산이다.

산이 초가지붕처럼 단순하게 한 줄의 능선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처음과 끝을 알기가 쉬울텐데, 광교산은 여러갈래로 뻗어나가서 그 처음과 끝을 정하기가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산행자체에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산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 내려오는사람, 중턱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김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포진되어서 흡사 산이 사람에게 점령을 당한 듯 어수선하면서도 일사분란한 정경이었다.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1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1

등산복을 입고 등산모자에 등산화까지 완벽하게 갖춘 모습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청바지에 티셔츠를 가볍게 입고 나들이 하듯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었고, 예정에 없는 등산을 하는듯 정장차림의 불편한 모습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모습으로든지 그 얼굴은 한결같이 평화스러운 모습이라서 등반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즐거웠다.
한참동안 산을 오르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 올라서, 도저히 더는 갈 수 없는 지점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광교저수지로 가는 샛길이 있어서 저수지로 내려갔더니 도로는 차량행렬이 길게 뻗어있었다.
그리고 광교저수지 바로 아래에 넓게 자리한 광교 공원에는 한여름 백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텐트와 그늘막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었다. 

연인의 무릎을 베고 한가롭게 누워있는 사람,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작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한켠의 정자에서는 소풍 나와서 조금 지친듯한 사람들이 바람을 쐬며 쉬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쪽의 일터에서는 굴뚝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몰리는데

이 길이 소풍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곳이 아름답다고?


언젠가 나의 다정한 친구가 사는 건 잠깐 소풍을 나온 것과 같으니, 기왕 소풍 나온 거 즐겁게 소풍을 즐겨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건넸었다.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3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3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4
광교산에 소풍 다녀오다_4

그때는 그 말이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오늘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이야말로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산다는 건 축복인 듯하다.

오늘도 길을 지나면서 통행료를 내고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고 있지만, 무심결에 살아 온 삶이 잠깐의 소풍으로 인하여  아찔한 감동을 느끼게 하니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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