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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
2010-05-03 13:13:41최종 업데이트 : 2010-05-03 13:13:41 작성자 : 시민기자   전해인

"내일 새벽 6시 30분까지 북문 농협 앞으로 꼭 나와." 
전날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가 회원으로 있는 산악회에서 대둔산을 간다고 같이 가자는 것이다. 

에구 그럼 난 몇 시에 일어나야 되나... 아침잠이 많은 나로선 난감했다. 식구들 아침도 걱정되고 점심도 걱정이 된다. 아마 저녁 늦게나 수원에 도착 할 텐데 점심 저녁은 배달이든 사먹든 가능하지만 아침까지 사먹으라 할순 없는 일이다. 

애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내 시간도 가지고 자유롭긴 하지만 그래도 주말에 하루 종일 집을 비운다는 건 가족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 아이들도 이제 다 키웠고 하루정도는 집을 비워도 괜찮을 거야' 라고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그래도 미안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 때문일 것이다.

다음날 친구가 말한 시간에 그 장소로 갔다 관광버스천지다. 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그렇게 많은 버스를 보긴 처음이다. 저마다 다른 행선지가 버스 운전석 옆에 붙어 있다. 나도 대둔산이라 쓴 표시를 찾아 버스에 오르니 친구가 먼저 반겨준다. 
며칠 못 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살이나 되면 주말이든 평일이든 신경 안 쓰고 홀가분하게 몸만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신세한탄에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다보니 차는 벌써 목적지 반이나 달려 휴게소에 다 달았다.
산악회 회장이란분이 "이십분 시간 줄 테니 볼일 보시고 가벼워진 몸으로 시간 엄수하세요. 따른차 타시면 안돼요! oo버스로 꼭 찾아오세요." 라며 아이 다루듯해 웃으며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휴게소 여자 화장실 줄이 거짓말 좀 보태면 100미터는 돼 보였다. 이렇게 줄서서 기다리다가는 이십분은 어림없어 보였다. 
우리는 주유소 화장실로 뛰었다. 에구, 그 생각을 나만 했을 리 없지...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꽃놀이오신 할머니 두 분이 "이거 안 되겠네" 하며 비어있는 남자 화장실로 들어갈 기세였다. 우리는 잽싸게 "할머니, 남자 화장실 가실 거면 우리도 좀 데려가 주세요 창피해서 우리끼리는 못 들어가겠어요." 하니 할머니 웃으시며 당신 뒤에 따라 오라신다 우리는 할머니 등에 머리를 박고 줄줄이 따라붙어 간신히 일을 보고 나니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남자 화장실 구경을 하고 다시 대둔산으로 향했다.

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1
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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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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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무리하게 산행한 다음 일주일 동안 다리가 아파 고생한 게 생각나 이번에는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자고 친구랑 약속하고 출발했었다. 대둔산은 그리 크지 않으나 기암괴봉들이 병풍처럼 쳐있고 아기자기하게 오르는 맛이 나는 산이다.

케이블카를 편도로 끊어 올라타니 산 여기 저기 솟은 이름난 바위며 전설, 이것저것 안내 방송이 연신나온다. 개중에 아슬하게 바위 두개가 포개진게 보였다. 동심바위란다. 
신라 문무왕때 국사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단다. 나중에 내려오는 길에 우리도 수많은 세월에 떨어지지 않고 아슬하게 붙어있는 동심바위 밑에서 원효대사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오르니 구름다리가 나왔다. 사실 대둔산은 오래전 남편과 연애시절 와 본적이 있었다. 다리 건너기가 무서워 망설이다 간신히 건너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는 나무판에 밧줄로 엮어 양손을 난간격인 줄에 의지해 흔들흔들하며 아래는 무서워 감히 내려다보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철재로 바닥이며 난간이며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 그리 흔들리지도 않고 예전처럼 무섭지도 않았다. 구름다리를 지나 경사가 51도나 되는 급경사 삼선계단을 지나 해발 878M의 마천대까지 밟았다.

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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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4
인삼튀김, 더덕동동주로 푼 산행의 피로_4
내려오는 길에는 케이블카 타고 쌩~하니 오르느라 못 본 꽃구경, 병풍처럼 둘러쳐진 괴봉우리 등을 감상하며, 또 고소하고 쌉싸름한 인삼튀김과 더덕동동주 한잔에 피로를 풀며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 했다.

산행, 대둔산, 인삼튀김, 더덕동동주, 전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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