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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따라 강남가지 말자!
2010-04-13 18:12:27최종 업데이트 : 2010-04-13 18:12:27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친구따라 강남가지 말자! _1
친구따라 강남가지 말자! _1

얼마 전 TV를 시청하다가 모 프로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에 무단으로 횡단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비교적 길이가 짧은 횡단보도가 실험 장소 였다. 차량의 왕래가 별로 없는 한적한 시간에 실험자 1명이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적색신호 중에 무단횡단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실험자 2명이 뒤 따라서 무단횡단을 감행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횡단보도 앞에 대기하고 있던 피실험자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거리낌 없이 무단 횡단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는 '행동감염'이라는 실험으로서, 2000년 1월 미국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 펴낸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행동감염은 여론이나 유행 같은 대중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2년 하버드대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는 프래밍험에 거주하는 1만5000명과 그들의 자손을 대상으로 1948년부터 오늘날까지 심장질환의 위험요인을 규명하는 '프래밍험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라는 사회적 감염 연구에 착수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프래밍험 주민이 친구 또는 친척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분석하고 비만, 흡연, 행복이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현상임을 밝혀 낸 것이다. 

그들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간 프래밍험 주민의 체중 변화를 분석하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뚱뚱한 주민이 있으면 그 친구가 비만일 확률이 5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친구의 친구가 비만이면 프래밍험 주민은 20% 더 뚱뚱하고 친구(1)의 친구(2)의 친구(3)가 비만이면 뚱뚱보가 될 가능성은 10% 더 높았다. 한 사람이 살이 찌면 3단계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즉, 비만은 개인의 유전적 성향이나 생활습관 못지않게 주변 사람에 의해 감염되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친구따라 강남가지 말자! _2
친구따라 강남가지 말자! _2

2008년 두 사람은 프래밍험 자료를 분석하고 흡연 역시 비만처럼 친구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행복도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바이러스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염되는 현상임을 밝혀냈다.
공저 '연결되다(Connected)'에서는 우리가 행동을 잘만 하면 3단계 네트워크에 연결된 1000명 정도를 날씬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과학문화연구소장/·KAIST겸임교수 이인식). 

부부가 오랜 시간을 함께 살다 보면 서로 비슷하게 닮아가는 것처럼,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이웃사촌 간에도 잦은 접촉이 이루어지다 보면 잠재적으로 서로 간의 행동과 습관에 길 들여 지며 무의식적으로 말투나 행동까지도 감염되어 닮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기의 주관 없이 즉, 아무 생각도 없이 남을 따라간다는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친구의 자녀가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것을 보고 자신의 가정형편은 물론 자녀의 적성이나 실력도 고려하지 않은 채 같은 학원에 보내려고 애를 쓰며, 동창회 때 친구가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나타난 것을 보고 자신도 명품가방과 신발을 구입하고자 남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모방이든 시기든 행동감염의 한 예라고 하겠다. 

'엄마 친구의 아들'을 줄여서 부르는 신조어인 '엄친아'라는 말도 있다. 얼굴이 잘 생긴 것은 물론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을 칭하는 말로, 공부안하고 말을 잘 안 듣는 자녀에게 부모들이 비교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엄친아들은 성장과정에서 타의 모범이 됨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각층에서 맡은 바 자기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자기위치를 확고히 하며 생활하고 있다.  

반면에, 잊을 만하면 각종 매스컴을 크게 장식하는 파렴치하고 극악무도한 사건의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대부분은 청소년기 때부터 성장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이 양육 방법을 비롯한 각종 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의 성장은 절대적으로 부모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자녀의 잘못됨을 부모입장에서 교정하여 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잘못 만나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더니' 등의 말을 하면서 남의 자녀를 탓하여서는 안되겠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남을 원망하며 평생을 인생의 낙오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반면에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온갖 난관을 극복한 후 사회 각 분야에 우뚝 선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볼 수 있다. 그렇듯이 우리는 만나는 사람들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말미암아 변화된 삶을 살 수도 있다. 

행복도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바이러스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염되는 현상이라고 하듯이 해피바이러스에 깊숙이 감염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대단한 행운이라고 하겠다.

행동감염, 친구, 횡단보도,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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