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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
2010-04-13 18:37:01최종 업데이트 : 2010-04-13 18:37:01 작성자 : 시민기자   강동규

나에게는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그래서 옛일을 회상하는 자체가 고역이다. 
어제의 결과가 오늘의 나로 연결 된 것 같아 더 더욱 그렇다. 

한 때는 엄격한 반공 교육을 받고서 해외여행 티켓, 여권을 받았다.  그래서 여권의 의미가 색달랐다고 할까. 
1980년대 말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매년 여러 도시를 찾았다. 업무도시 도쿄, 관광도시 교토 산업도시 오사카......  그때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한 가닥 여유도 없이 바쁘게만 살까?' 살짝 부러운 의아심이 생겼었다. 그리고 부지런하고 상냥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해가 바뀌어 그해 여름(1992년 쯤) 뜻하지 않게 신규 골프장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이럭저럭 시험 라운딩 과정을 거치면서 두서없이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산 정상에 위치한 관계로 눈이 무척 많이 내렸고 기상조건 때문에 골프장 휴장이 타 골프장에 비해 길어졌다. 괜찮은 날에는 조경수를 손질하고 오너가 없는 날이면 한가롭게 '48장 놀이'에 옹기종기 모였고, 밤 길이가 깊어질수록 숙소에 자는 시간이 많았다. 

당시 우리 회사는 골프 전용차는 회전식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일제 산요 제품이었다. 
4-5개월 시험 라운딩기간에는 별 문제없이 작동되었던 전동차를 어느 날 느닷없이 도착한 일본인 A/S맨과 가까이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1991년에 생산된 산요 전동차 가운데 몇 대가 실수로  불량품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교정하기위해 세계 각국으로  A/S맨이 파견되었다는 것이다. 
불량품이 나오기 전에 '사전 예방 차원'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전대로 빨리 식사를 마치고 막간의 고스톱을 즐기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두 번은 일본인까지 같이 동참하여 즐기고 저녁에 술잔을 기울였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_1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_1
우리는 상사가 보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저녁 시간 밤까지 연결해서 놀았지만, 첫 날 부터 일본A/S맨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일어나서 자기 혼자서 그 많은 전동차를 리모컨으로 조정하며, 분해하고 원위치 시키다가 정확히 5시가 되면 하던 일 멈추고 마감하였다. 
반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어쩌면 일을 즐기면서 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요즘 나는 일본의 '상도'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몇일 째 사소한 일이 생겨서 같은 페이지에 그대로이다. 
"모든 직업은 불교의 실천이다. 일을 통해 우리는 구원을 얻을 수 있다." - 스즈키 쇼산(1579~1655) 

반백이 된 지금에야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윤곽이 보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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