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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4월 꽃샘 추위도 나눔의 열기로 녹였다
수원 효사랑 봉사회 자장면 봉사하던 날
2010-04-14 15:00:41최종 업데이트 : 2010-04-14 15:00: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100년 만에 꽃샘추위가 몰아닥친 날, 수원 효사랑 봉사회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했다.

하루 전날인 12일, 비까지 내려 경로잔치를 취소해야 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마음을 졸이는데 요란스런 바람까지 덩달아서 밤새 창문을 흔들어 잠을 설쳤다.

13일 아침 선잠을 깨어 눈 뜨자마자 창문을 보니 환하게 그려댄 커튼무늬가 '안녕'하며 반겨준다.
바로 그때 걸려온 전화 한통 "지금 뭐하나? 빨리 나오질 않고서..." 그리고 뚝…….
이른 아침부터 봉사현장을 누비는 수원 효사랑 봉사회장인 친구 전화였다.

전화를 하려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감 있게 해주면 좋으련만 이건 너무 요란을 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걸 안다. 겨우내 이날을 위해 기획하고 준비해온 행사의 좌장이다 보니 그렇고 지난 밤 몰아치는 비바람에 밤새 속이 타서 나타난 증상이기도 하고, 반대로 날이 맑아졌으니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보면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다.

새벽부터 부산을 떠는 것은 얄미웠지만 아침 일찍 참여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여 주섬주섬 간편한 옷을 챙기고 필수품인 카메라를 들고 문을 나섰다.

집을 나서는 순간 이마에 딱하고 후려치는 바람이 요란스럽다. 따사로운 햇볕이 들던 창문의 분위기와는 딴 판이었다.
얼른 발길을 돌려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와 솜 점퍼를 찾으니 아내는 덩치 값도 못하고 웬 호들갑이냐고 한방 날린다.
하기야 100kg가 넘는 몸집에, 봄 날씨에 솜 점퍼를 내놓으라니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날 날씨는 살이 아릴 정도로 추웠던 건 누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허겁지겁 봉사현장에 도착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다른 봉사자들 역시 봄이라는 기온에 얇은 복장을 했다가 추위에 못 이겨 부랴부랴 집에 다녀오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들 겸연 쩍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겨울날씨에 비하면 엄살이겠지만 이 날은 사실 너무 추워 달달달 떨어야만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초청대상자인 7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었다.
자장면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재료는 500인분, 노인분들이 행사장까지 오시기엔 너무 차가운 날씨, 모든 일정을 오늘에 맞춘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참가자들은 걱정으로 안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100년만의 4월 꽃샘 추위도 나눔의 열기로 녹였다_2
자장면만들기에 나선 봉사자

11시가 넘어서자 몰아치던 찬바람이 약간은 잔잔해져갔다.
한쪽에서는 자장면 조리기구 팀이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행사 진행 팀이 일사분란하게 양파를 다듬고 양배추로 잘게 부수고 가스버너에 불길을 당겨 물을 끓이고 자장면을 볶아대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여느 때 같으면 어르신들이 오전10시, 일찌감치 현장에 오셔서 우리들의 조리 모습을 지켜보시며 잠시나마 즐거워하셨는데 이 날은 11시가 넘어섰는데도 한분도 오신 분들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200여분들이 미리 자리에 않으셔서 담소를 나누시며 자장면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셨는데 이 날 텅 빈 자리를 바라보는 우리는 더욱 더 당혹했다. 
한 봉사자가 "이러다가 우리가 다 먹고 가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른다"며 슬그머니 불안해하자 잠시 슬렁대기도 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우리에 정성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12시가 넘어서자 약속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300여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얼른 가져오라고 웃음으로 인사를 하신다.
잠시 멍 하던 모습은 온 데 없고 신명이 난 봉사들의 손길 발길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다보니 날씨도 순한 양이 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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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밀가루 전달식=기업은행 동수원지점

이때 양복차림으로 밀가루를 메고 봉사 현장을 찾은 건장한 일행이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기업은행 윤상국 동수원지점장 등 10여명의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자장면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밀가루 30포(20kg)를 우리 수원 효 사랑봉사회에 후원하고자 찾은 것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밀가루 30포와 음료수를 어르신들을 위해 후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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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자장면을 잡수시는 어르신

이렇게 여러분들의 정성이 모아지니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자장면은 순조롭게 만들어져 어르신에게 맛있게 대접할 수가 있었다. 

봉사를 통해 작지만 사랑을 나누는 보람, 효 사랑까지 실천 할 수 있어 뿌듯하고 진한 감동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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