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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오래되어 정이 가는 내 친구
2010-04-26 07:00:10최종 업데이트 : 2010-04-26 07:00:10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끼이익~'
문을 열 때 잠시 힘겨운 소리를 토해내며 날 맞이하는 오래된 친구.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것 조차 쉬운일이 아니지만 있는 힘껏 올리고 나면 나머지 못 올린 부분은 살짝 힘을 주어 끌어올려주면 끝까지 올라간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가깝고 오래되어 더욱 정이 가는 내 친구는 이제 곧 폐차를 앞두고 있는 나의 절친 자가용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고희는 훌쩍 뛰어넘은 96년식으로 현재까지 총 주행거리 198,500 km를 넘겼다. 

이 친구와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항상 뚜벅이 생활만 하던 나에게 비싸지 않은 값으로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빌려주었던 녀석으로 당시에는 18만 킬로를 갓 넘긴 상태로 지금보다 훨씬 쌩쌩하던 친구였다. 하얀 순백색의 외형에 엔진소리도 적당하고 첫 눈에 반해버려 고색동 중고차시장 방문 2시간 만에 선택하여 당일 보험계약을 맺고 집 앞에 주차시켜 놓고는 정성스레 세차까지 마쳐 주었다.
 
그날 이후, 주된 목표는 4~5km의 출퇴근이었지만 수시로 서울,평택,천안,포천 등을 싸돌아 다니며 참 오랜 시간을 함께 하였다. 노구를 이끌고 먼 길 가는 것이 걱정되어 수시로 엔진오일도 갈아주고 타이어도 교체해 주고 세차도 자주 시켜주었지만 가는 세월 누구도 막을 수 없듯이 이제는 20만킬로를 앞 두고 잔고장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앞 문을 열 때 거친소리를 토해내고 창문을 올릴 때는 끝까지 올라가지 않아 약간 힘을 줘서 밀어올려 줘야지만 끝까지 올라가는 등 힘든 내색을 부쩍 많이하고 있는 내 친구.  
올 해 초, 내수경기 부양책으로 자동차 취등록세 면제혜택을 줄 때 잠시 교체를 고려해 보기도 하였지만 새차 구입에 금전적인 부담도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편안해 져버린 오래된 친구를 쉽게 보내기도 맘이 쓰였기에 20만킬로까지 같이 하기로 결심했었다. 

시원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때리며 지나가던 어제 퇴근길.
시동과 함께 들려오는 묵직한 엔진소리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내 몸에 꼭 맞는 운전자석과 찹찹한 느낌을 전달하는 가죽시트의 서늘함.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제 얼마 지나지 않음 헤어져야 할 친구와의 아쉬움을 달래보려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가깝고 오래되어 정이 가는 내 친구_1
가깝고 오래되어 정이 가는 내 친구_1

어쩌면 이 녀석의 영정사진으로 남을 수도 있을 사진을 찍으니 아련한 감정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
고마워~!  
오랜시간 나와 같이 해 주어서~ 군 말 없이 같은 길을 가 주어서~

자동차,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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