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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합니다"
2010-05-07 12:16:19최종 업데이트 : 2010-05-07 12:16:19 작성자 : 시민기자   박종일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님에게 안부전화를 건다.
"막내입니다. 저녁은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인사말을 올린다.
"그래, 하마 먹었지. 애들은 학교 잘 다니고 있나" 라고 아들보다 손자들 안부를 먼저 물어 보신다.
"어버이날 제가 시간을 못내 찾아뵙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하죠."하자 "괜찮다. 바쁜데 뭐 할라고 와. 안 오도 된다. 니네 큰형 하나만 오면 된다."라고 하시는 어머님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또릿한 음성에 힘 있는 목소리가 아니다.
멀리 있다는, 막내라는 핑계로 올해 어버이날에도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님을 찾아뵙지 못하게 되어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몰려온다.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합니다_1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합니다_1

아버님이 우리 곁을 떠나 가시고 홀로 시골에 계신 어머님.
아들내외와 함께 사시라는 자식들의 제안도 거절하시고 "죽어도 난 이곳에서 살다가 갈란다."라고 하며 끝내 큰 아들네로 들어가시길 거부하신 어머님.

막내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시고 걱정과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어머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직 우리 5형제의 뒷바라지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동분서주하신 여장부인 어머님.
카랑카랑하시던 목소리도 세월의 시간 앞에 흐려지시고 약해지신 어머님.
힘든 농사일도 거뜬히 이겨내신 건강한 몸도 이제는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무릎연골이 닳아 거동조차 불편해하시는 어머님.

내일은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어버이날이다.
부모님 곁을 떠나 가정을 이루고 내 자식들에게 효도에 대해 강조해 보지만, 정작 내 부모님에게 얼마나 효도를 하고 있는가 내 자신에게 질문하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을 못할 것 같다.

오늘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님에게 안부전화를 직접 올리지만, 평상시에는 집사람이 안부전화를 드리고 나는 집사람으로부터 어머님의 근황을 듣는다.
어머님을 뵙고 온다든지, 안부전화로 목소리를 듣고 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 진다.
자식들이 다섯명이나 있는데 왜 저렇게 혼자서 계실까. 혼자서 손수 밥 지어 드시고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가족모임 때마다 '한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님에게 잘하자'고 5형제와 며느리들이 다짐과 맹세를 해보지만 정작 어버이날에 찾아뵙지 못한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하지만, 조만간 손자들 데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우리곁에 계셔주세요."

박종일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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