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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꽃놀이 가요"
동행이 좋으면 여정은 언제나 짧다
2010-04-17 12:12:33최종 업데이트 : 2010-04-17 12:12:33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올 봄은 봄이 왔음에도 봄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절기와 맞지 않게 눈이 내렸고 갑작스런 영하의 기온으로 온 몸을 웅크리고 기지개조차 펴지 못했다. 국가적으로 마음 아픈 일들을 당하고 보니 봄이라고 희희낙락 내 놓고 즐기기도 염치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아픔을 가지고 언제까지 슬퍼하고 안타까워 할 수만 없는 일이다. 
희망을 가지고 다른 일에 몰두 하고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힘들고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교훈 삼아 더 나은 장래를 살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지난 가을 화성에 다녀간 후로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성곽을 따라 걸어보았다. 지동 시장의 끝자락에서 올라가는 양지 한쪽에 목련이 만개하여 벌써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성곽을 따라가는 길에는 어제 불었던 바람 탓이었는지 인적도 드물고 텅 비어 있다. 친구와 함께 오직 둘만을 위한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잡다한 집안일도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모두 벗어버리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큰아이의 유치원동무 엄마로 알게 된지도 벌서 10년이 지나고 있었다. 아이들 엄마라는 호칭으로 지냈지만 고향도 다르고 나이가 달라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집안의 대소사를 다 꿰고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화성에 꽃놀이 가요_1
화성에 꽃놀이 가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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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꽃놀이 가요_2
화성에 꽃놀이 가요_2

연무대를 앞에 두고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이 현장학습 온 모양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정겹다.

예나 지금이나 소풍의 백미는 점심시간이 아닌가 싶다. 제각기 가져 온 도시락을 앞에 두고 열심히 먹는 모습을 선생님은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아직 메마른 잔디밭에 똘똘 굴러다니면서 장난치는 악동들 무리가 신경 쓰이는지 옆에서 김밥을 먹는 여자아이는 자꾸 방향을 틀어 고쳐 앉는다. 


연무대를 지나니 화려하게 핀 벚꽃사이로 서북공심돈이 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모습이 제복 입은 군인을 연상케 한다. 눈부시게 앞에 있는 벚꽃은 그럼 면회 간 여자 친구의 모습일까? 혼자 얼굴 붉히며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군복무 하던 시절에 남편을 처음 만났기 때문에 아직도 군인을 보면 가슴이 뛴다. 내 아이가 군대 갈 날이 코앞에 있는데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 주책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툭 쳤다. 실없이 웃음을 흘리는 이유를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덩달아 웃었다. 지난 봄 이 앞에서 꼭 같은 생각을 말한 때가 있었는데 잊지 않고 있었나 보다. "히히히" 하고 다시 웃었다. 내 속을 뻔히 들여다보는 듯한 친구의 반응이 반갑고 즐겁다. 

화서문을 지나 올라가는 곳에는 잘 정비된 개나리가 꽃송이를 하나씩 뭉쳐 놓은 듯 온통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평화로운 정원을 거닐 듯 외국인 가족이 봄을 만끽하고 있다. 황금빛의 금발을 가진 딸아이의 머릿결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하늘거렸다. 예쁘다. 서양인형의 대명사인 "바비인형"과 꼭 닮았다. 화성에서 행복한 추억을 담아가는 가족 여행이 되기를. 

화성에 꽃놀이 가요_3
화성에 꽃놀이 가요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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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꽃놀이 가요_4
화성에 꽃놀이 가요_4

진달래 꽃 길을 지나 팔달산의 정상인 서장대에 올라가니 개나리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 로고를 보니 산 아래 있는 학교 학생들이다. 서장대에서 보는 시내는 맑고 깨끗하다.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는 서랍 속처럼 높고 낮은 건물들이 지루하지 않고 보고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봄나들이 장소로 자주 왔던 화성, 화성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아이들은 수원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요즘은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오지 못했지만 팔달산을 내려오면서 꽃이 지기 전에 아이들 데리고 꼭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동시장을 들러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샀다. 보석 같은 빨간색이 반짝거린다.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대만족이었다. 

길지 않은 반나절의 외출이었지만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여행은 길고 짧음에 좋고 나쁨이 없다. 동행이 좋으면 여정이 언제나 짧다. 아쉬움을 남긴 봄날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다시 그리움으로 다가올 여정을 막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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