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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원'의 태호, '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의 사랑
2010-04-19 16:56:36최종 업데이트 : 2010-04-19 16:56: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엄마 울어요?" 둘째아이가 거실의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가 한마디 한다. 무슨 내용인데 훌쩍 거리냐며 텔레비전 앞에 앉은 나에게 묻는다. 
한 지상파 방송의 다큐멘터리 '승가원 천사'라는 프로그램으로 태호와 성일이의 따뜻한 사랑을 담은 내용이었다.  딸아이도 이내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승가원'은 장애아동 요양시설이다. 이곳은 두 팔이 없고 두 다리도 기형인 태호(11살)와 여러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 태호는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도 당차고 명랑하다. 몸은 불편해도 언어소통엔 문제가 없어 지금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승가원'의 태호, '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의 사랑_2
'승가원'의 태호, '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의 사랑_2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고 입천장까지 뚫린 채 버려졌던 아이 태호는 열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했었다. 
잦은 잔병치레를 거치면서도 올해 열한 살을 맞이한 것이다. 태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뇌병변 1급 장애인 성일이다.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쁜 성일이는 제대로 걷지는 못하지만 미소천사로 통한다. 

미소천사 성일이는 또박또박 말은 잘 하지만 글을 쓰고 읽지를 못한다. 이에 태호는 그런 성일을 위해 한글을 가르친다. 또한 태호는, 덩치가 크고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형들의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 
데굴데굴 굴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불편한 짧은 두 다리로 글을 쓰며 밥을 먹고, 스스로 옷을 벗어 바구니에 정확히 던져 놓는다.

공익 근무요원 형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는 태호는 무엇이든지 열정적으로 도전한다. 반장선거가 있던 날 얼굴치장에 공을 들이고 멋지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내 몇 표가 모자라 낙선의 맛을 보게 된다. 엉엉 우는 태호를 보며 나도 따라 울었다. 커다란 맑은 순수한 눈망울이 지금도 생각난다. 

어제 일요일 오후 친구와 영화한편을 보게 되었다. '블라인드 사이드'.
'승가원'의 태호, '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의 사랑_1
'승가원'의 태호, '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의 사랑_1

기본정보도 없이 선택했던 이 한편의 영화는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이 가슴을 적셨다. 
주인공 마이클 오어는 155kg의 거구에다가 불우했던 결손 가정의 흑인청소년이었다. 아버지는 살해되었으며 엄마는 마약중독자였기에 어릴 때부터 이집 저집 전전하며 쓸쓸히 지낸다. 항상 반팔의 티셔츠에 한손엔 검은 봉지를 든채 말이다. 검은 봉지엔 바꿔 입을 옷 한 개가 담겨져 있다.

이 소년은 중산층 백인부부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동거 아닌 동거에 들어간다. 처음엔 잘 곳 없는 아이를 위해 불의를 참지 못하는 부인 '리앤'의 배려였을 뿐이다. 그런데, 차츰 순수한 마이클의 마음을 읽게 된 리앤의 가족들은 그를 정식 입양하게 된다. 이후 그를 위해 공부를 시키고 잠재적 재능이 보이는 미식축구의 길을 터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영화는 실제 미식축구 스타의 성장과정을 그린 실화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실제 주인공의 가족사진들이 등장한다. 곧이어 관객들은 영화의 가족들과 실제의 가족들을 비교하며 환호한다. 
백인중산층과 슬럼가 흑인청소년의 조우는 사실상 매끄러운 연결이 힘들어 보인다. 그러한 주위의 편견들을 말끔히 해소시키고 온전히 대학까지 보낸 리앤의 가족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전자는 몸의 장애를 가졌다면 후자 마이클은 마음의 장애를 가졌다. 
내일(20일)은 제 30회 장애인의 날이다. 마음의 장애가 있었던 마이클을 가족이란 울타리에 받아들여 사랑으로 치유한 리앤가족의 용기를 보면서 나의 남은 인생도 생각해 보았다.

남의 눈 때문에 보아도 못 본 척 눈 감았던 일들은 없는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태호와 성일의 순수한 웃음을 보면서 나도 불편한 진실에 용기를 내야할 때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마음에 장애가 없는지 새삼 뒤돌아 본다. 

장애는 그들에게 선택이 아니었다. 마음의 장애이던 몸의 장애이던 그래도 그들은 오늘도 살아간다. 온전한 몸을 가졌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다. 그들을 보면서 그리고 우리사회를 둘러보면서 서로가 도울 일은 없는지 진정한 마음가짐으로 용기를 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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