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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
변함없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2010-04-04 14:41:00최종 업데이트 : 2010-04-04 14:41:00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나는 각종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기는 편이다.
사십이 훌쩍 넘어서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를 빠뜨리지 않고 챙긴 이유는 쵸콜렛과 사탕의 달콤함처럼 삶의 달콤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들과 남편이 여자들은 왜 그렇게 기념일을 챙기냐며 투덜거렸는데 그 때마다 나는, 산다는 게 그날이 그날 같은데 스스로 재밋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냐며 잊지않고 기념일을 챙겼다.

그런데 결혼하고나서 20년이 지나고나니 이제는 생일을 포함한 각종 기념일이 그닥 새롭지가 않다.
그래서 영화 한 편 보거나 외식을 간단히 했었는데,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동안 일에 지쳐서 피곤한 남편을 잠시라도 쉬게 해 주고 싶어서 여행가자는 소리를 안했는데 이번에는 결혼자체를 기념하려는 의도보다는 겨울내내 외출도 안하고 집에서만 지냈기때문에 갑갑함을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1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1

여행지를 정하고, 숙소를 정하고나서 여행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는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여행 당일날  아들손에 들려있던 케잌과 쵸콜렛을 전해 받으며, 넉넉하지도 않은 용돈을 쪼개서 마련하였을 케잌을 바라보면서 아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우리 부부는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행복했다.
"문단속 잘하고.." 그랬더니 아들하는 말, "알았어요, 무서우면 할아버지께 전화할게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자~알 다녀오세요."
우리는 그 말을 하는 아들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오래전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무렵 늦은 밤에 아들을 재우고 외출한 사이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우리가 안보이자 할아버지께 전화했던 일을 떠 올린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때 일을 떠올렸는지 모르겠지만 스물이 넘은 지금까지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건, 아들이 밤에 혼자 있었던 공포와 한 달음에 달려와 주신 할아버지의 따스함이 동시에 각인되어 있어서인 것 같다.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2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2

고속도로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까 가슴이 뻥 뚫릴만큼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차에서 잠시내려 물빠진 모래사장 위를 걸었다.
아무 인적이 없는 바닷가에서 우리 둘 만 모래 위를 걷는 기쁨...발을 디딜 때마다 포옥 포옥 빠지는 모래밭 위에서 나는 나이도 잊고 깡총거렸다.

남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잘못 디디면 늪처럼 깊이 빠지는 곳이있어."라는 농을 하였고 
나는 "정말? " 그러면서 짐짓 무서운 채 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여서 짐을 대충 풀고나서 카메라만 챙겨서 우리는 바다로 나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근사한 일몰을 바라보며 가슴에 쌓인 걱정거리를 모두 떨어버리고 바다랑 인근의 산속 오솔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다시 숙소에 돌아와서는 숙소내부에 마련된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숙소안의 카페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치기도 하며 카페의 아기자기한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준비해 온 저녁거리로 식사를 하고 아들이 선물로 준비한 케잌을 자르고 와인도 한 잔 하였다.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3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3

다음날 숙소에서 마련한 간단한 조식을 먹고나서 돌아오는 길에 간월도를 들렀다.
간월도에는 간월암이라는 암자가 있는데 다른 암자와는 달리 간조시에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시에는 섬이 되는 신비로운 암자로 만조시에는 물위에 떠있는 암자처럼 느껴진다. 
밀물과 썰물은 6시간마다 바뀌며 주위 자연경관이 아주 수려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하였을 때는 마침 물이 빠진 간조여서 운좋게 간월암에 건너갈 수가 있었다.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4
결혼기념일에 다녀 온 특별한 바다여행_4

물속에 잠겨있던 갯벌이 희게 드러나 있었고,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독살을 볼 수도 있었다.
작은 돌무덤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곳에서 돌 하나를 얹으며 거친 물살에도 가지런히 쌓여있는 돌무덤이 신기해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내 소원도 거친 물살과 일렁임을 이겨내고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며 간월암에서 나온 후, 출발 하려고 차에 오르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지더니 점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이른 봄에 날리는 꽃잎같은 눈발을 바라보며 눈이 쌓이기 전에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삶은 여행과도 같아서 떠나고나서야  내가 있는 곳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장시간의 여행으로 온 몸은 뻐근하였지만 우리 부부는 오늘을 기회로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결혼기념일, 바다여행, 사랑,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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