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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생각나는 어머니
어머니의 향기
2010-03-31 13:49:08최종 업데이트 : 2010-03-31 13:49:08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비가 오면 생각나는 어머니_1
비가 오면 생각나는 어머니_1
술에 취했을때 생각나는 것보다 비가 올 때 생각나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던데....
술에 취하거나 비가 오는 오늘같은 날은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니 마음속에 꼭꼭 묻어두고 구실만 생기면 끌어내어 마음을 정화시키는 실체라고나 할까.

어린시절, 그 때는 보온밥솥이 귀한 때였다. 어머니는 따끈하게 지어놓은 밥을 떠서 이불 속 깊히 넣어 두었다. 밥그릇을 꺼내 상에 올리는것은 내 몫...
밥그릇을 꺼낸 후 이불 속에 남아 있던 따뜻한 온기 속에 두 손을 넣으면 온기는 어머니의 따스함처럼 고스란히 가슴 안으로 스며들어 왔었다.

어머니는 음식을 먹을때 소리를 내지 말라며 어린 내게 여러가지 어려운 주문을 하였다.
어쩌다가 양푼에 나물이며 김치를 섞어 맛깔스레이 밥을 비비면 수저를 들고 침을 삼키는 내게는,  예쁜그릇에 밥을 덜어 내주며 큰 양푼은 혼자 끼고 드셨다.
엄마 혼자 많이 먹으려고 한다며 투덜거려도 어머니는 내게 양푼을 끝내 내주지 않았다.

결혼하면 평생 해야 할 일이라며 부엌일은 잘 시키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부엌일이 어설퍼서 어쩌다  설겆이를 하면 어김없이 접시 한 두개를 깨뜨리곤 하였다.

어머니는  할머니 생일이면 할머니의 두루마기를 곱게 지어 시골에 다녀왔는데, 삼사일은 묵고 왔다.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엄마가 행여 교통사고나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혼자 흐느껴 울었다.

그때는 상상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느끼고 몸서리쳤는데수년이 흘러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어머니는 결코 죽지 않는 전지전능한 분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철이 들고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 삼년간은 내가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옷을 세탁하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고 어머니의 체취가 남아 있는것 같아서 쿰쿰한 냄새임에도 코로 부비며 어머니의 향(?)을 맡으며 슬픔을 해갈시켰다.

이제 비가 그치면 옷장안에 넣어 둔 어머니의 옷을 꺼내어 또 세탁하려고 한다. 이번이  일곱번째 세탁이고 어머니가 내 곁을 떠난지는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일년씩 세월이 가다보면 어머니의 체취가 말끔히 세탁이 될까.
의식과도 같은 세탁이 끝나고나면 코끝에 묻어있는 어머니의 체취는 더욱 가슴안에 깊이 각인되어 지는 것 같다.

십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어린시절 내가 가졌던 믿음처럼 내 마음 속에서  결코  죽지않는 전지전능한 분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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