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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
2010-03-31 14:14:27최종 업데이트 : 2010-03-31 14:14:27 작성자 : 시민기자   전해인

겨우내 춥다는 핑계로 꼼짝 않고 있다가 며칠전 전라도 부안에 있는 변산반도 쪽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변산은 크게 산 안쪽의 내변산과 해안쪽의 외변산으로 구분되는데 보통은 내변산 내소사 쪽으로 길을 잡지만 우리는 반대로 변산의 제2봉인 쌍선봉 쪽으로 길을 정했다. 

남여치 지점에서 하차해 한시간 가량 오르니 월명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나왔다. 우리나라 사찰들은 임진왜란등으로 많은 시련들을 겪었다. 
월명암 또한 수차례 불타 없어졌다가 1954년에 다시 지어졌다 한다. 암자를 돌아 등산로로 이어지는 한쪽에 좋은 글이 쓰여 있어 옮겨본다.

<나를 다스리는 법>
나의 행복도 나의 불행도 모두 내 스스로가 짓는 것. 결코 남의 탓이 아니다 나보다 남을 위하는 일로 복을 짓고 겸손한 마음으로 덕을 쌓아라. 모든 죄악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생기는 것, 늘 참고 적은 것으로 만족하라.
웃는 얼굴 부드럽고 진실 된 말로 남을 대하고 모든 일은 순리에 따르라 나의 바른 삶이 나라 위한 길임을 깊이 새길 것이며, 나를 아끼듯 부모를 섬겨라.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할 것이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어라 내가 지은 모든 선악의 결과는 반드시 내가 받게 되는 것,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라.
선남선녀여, 하루 세 때 나를 돌아보고 남을 미워하기 보다는 내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좋은 글 마음 깊이 새겨놓고 또 산을 올랐다. 
진달래는 발그레한 작은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고 나무들은 푸르다. 
너무 오랜만에 산에 오른 탓일까 다리는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말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평소 허물없이 지내는 언니가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이까짓게 뭐가 힘 드노. 이렇게 해봐라. 다리를 덜(들)었다 놨다 또 덜(들)었다 놨다."하며 씩씩하게 산을 오르는 시늉을 하며 나를 놀렸고 그 모습에 모두 박장대소하며 또 힘을 얻어 산을 올랐다.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1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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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2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2
한참을 오르니 변산 팔경중 하나인 높이가 20미터나 된다는 직소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밑에 작은 제2, 제3폭포도 보였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그 시원함이 느껴졌다. 폭포를 지나 힘들게 산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야말로 만물이 내 발밑에 있는 것 같았다 '아 이맛에 힘들지만 산에 오르는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멀리 보이는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준비해간 간식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산을 내려와 차로 조금 이동해 변산 팔경중의 또 하나인 채석강으로 향했다.
수많은 세월을 파도에 깎이고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시대의 시인 이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올 여름에 해수욕을 즐기러 또한번 방문하고 싶어진다.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3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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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4
좋은사람들과 보낸 재미있는 하루_4
채석강을 돌아보고 격포항에 들려 요즘 제철인 쭈꾸미 샤브샤브도 먹었다. 쭈꾸미에 알이 꽉 차 더 고소하고 야들야들 한것이 맛이 있었다. 
친구한테 소개받고 찾아왔노라 하니 인심 좋은 사장님은 "이 동네 와서 백합죽, 바지락죽 못 먹고가면 섭하지요." 하며 맛나게 끓인 죽을 서비스라며 주신다. 

돌아오는 길엔 긴 겨울을 보내고 이제 산과 들에 꽃이 필때니 매달 한번씩은 꼭 산에 오르기로 일행들과 약속했다. 좀전에 놀려댔던 언니가 또 한마디 한다 
"우리 다음달에는 대둔산 구름다리 건너로 가제이. 너는 그동안 광교산 부지런히 다녀 다리 힘 좀 길러야  한데이." 라며 또 날 구박한다. 

산에 다녀온 지 이삼일 지났지만 아직 다리에 알이 풀리지 않아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좋은 공기 마시고 아름다운 풍경 감상하고 제철에 나는 맛난 음식 먹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이렇게 지내는 게 사는 재미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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