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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봄 꽃이야기
개나리와 제비꽃
2010-04-09 13:45:57최종 업데이트 : 2010-04-09 13:45:5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걸어 다니기 참 좋은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조조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오랜만에 따스한 봄빛을 만끽했다. 이른 아침과 밤에는 찬기와 바람으로 아직도 두꺼운 옷을 벗지 못하고 있지만 낮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어 들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은 날씨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겉옷을 벗어 훤히 드러나는 목덜미에 기분 좋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칙칙하게 보였던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의 창도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또각거리는 하이힐을 신은 젊은 청춘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온 세상에 봄이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겨울인지 봄인지 절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사는 동안 봄은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하게 찾아 와 있었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 봄이 더욱 반가운 것은 긴 겨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길을 따라 화사하게 핀 개나리는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임에도 그동안 피어남을 지켜보지 못한 것은 마음이 어수선해서였다. 미안했다. 어느새 이렇게 만개하여 있었는데 말이다. 
'희망'과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더 깊습니다' 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개나리는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마음을 활짝 펼 수 있게 하는 활력소이고 희망적인 앞날을 염원하는 고마운 꽃이다. 

정겨운 봄 꽃이야기_1
정겨운 봄 꽃이야기_1

정겨운 봄 꽃이야기_2
정겨운 봄 꽃이야기_2

바라보고만 있어도 황홀함에 빠질 지경이다. 개나리를 배경 삼아 정자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봄바람과 함께 느껴본다. 간질간질 기분 좋은 봄바람, 아직 푸르름이 더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어느새 신록이 짙다. 달콤한 꽃향기와 상큼한 풀내음이 어느새 "행복해"를 연발하게 했다. 

정자 기둥에 기대어 노란 꽃물결에 빠져 있다가 일어서려는데 "아이 깜짝이야" 밟을 뻔 했다. 발밑에 보라빛 작은 꽃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제비꽃이었다. 꽃의 모양과 빛깔이 제비를 닮아서 꽃 이름을 제비꽃이라 했을까? 겨울나러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무렵에 꽃이 핀다고 제비꽃이라 불리어 졌을까? 

지천으로 널려 있던 제비꽃은 어린 날 소꿉놀이에 밥으로 많이 쓰던 꽃이었다. 꽃잎이 작아서 작은 그릇에 담아도 넘쳐나지 않아서 좋았다. 흔하지 않은 보라 색깔 꽃잎이 도도해보이기까지 했었다. 고급스럽거나 귀한 색깔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생활에서 보라색을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땅바닥에서 붙어 키가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아 어느 발밑에 봉변당할지 모르는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찬찬히 보면  여자아이의 볼륨 들어간 원피스를 보는 것 같다. 동글동글 모나지 않은 꽃잎은 날카로운 제비의 부리를 연상하기는 어렵다. 맑고 티 없는 순진한 처녀의 볼이 연상되기도 하는 정이 가는 꽃이다. 

정겨운 봄 꽃이야기_3
정겨운 봄 꽃이야기_3

집 앞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많이 뛰어 노는 것을 보니 정말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이마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급하게 공을 이리저리 몰고 가는 아이의 발기술에 생동감과 힘이 넘쳐난다. 

우리 옆에, 앞에 또 발밑에도 봄이 왔다. 잔인한 사월은 물러가라. 짧은 봄인 만큼 더 행복하고 밝은 사월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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