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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각을 잃지말자
2010-04-10 05:30:40최종 업데이트 : 2010-04-10 05:30:40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어제는 은행에서 8년된 청약통장을 해약했다.
은행직원은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광교 신도시에 청약해도 될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만 '아파트가 있답니다. 청약이 덜컥 된다고 해도 걱정이거든요. 집이 팔려야 아파트 부금도 내고, 투자도 하고..그럴텐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해약 해 주세요." 하고 통장을 내밀었다.

경기가 활성화 되어서 집장만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그러면 집을 팔아서 남은 차액으로 좀 더 큰 평수로 옮겨가고...그렇게 돈이 돌고 돌아야 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돈이라는 이름을 아예 바꾸어 주고 싶다.

여러사람이 힘껏 밀어도 흔들거리기만 하고 꿈쩍 하지않는 흔들바위 내지는, 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 절대로 옮겨 다니지 않는 민들레라고 부르면 어떨까.
이런 실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습기만 하다. 어쨋든 청약통장을 해약하고나니 집 한 채를 팔아 치운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

요즈음 은행과 부동산이 더욱 한산 해졌다고 한다. 민들레처럼 뿌리를 깊히 내려서 흔들릴 염려없는 사람들이나,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듯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은 잘 살아 가고 있지만, 뚝심만 가진 융통성 없는 서민들은 가계빚만 들어가는 실정이다.
물가는 치솟고 임금은 동결 상태이니 적자가 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삶의 미각을 잃지말자_1
삶의 미각을 잃지말자_1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같은 시간에 9시 뉴스를 보면서 나라 안팎의 소식을 마주하고, 김연아 선수가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을 때 환호하며, 천안암 침몰로 비통하게 죽어간 아들들때문에 가슴아프다.

동시대를 살지않고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분단의 아픔도 함께 나누며 그에 따른 불안감도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다만, 십대, 이십대, 삼십대..생의 주기에 따라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은 다르겠지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은 우리 부모가 일찌기 경험했던 일이고 장차 우리 아이들도 겪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고3이 되어서 고3병을 앓는 아이에게 나는"너만 고3이 아냐, 우리나라 고3이 다 앓고 있는 병이란다."라고 말했었다.
아이가 군대에 갈 때도 나는 같은 말을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88만원 세대라는 아이가 취업준비를 할 때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종잡을 수 없는, 예측불가한 상황들에 휘둘려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니까 안정감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도대체가 살맛이 안나고 그래서 밥맛도 없다. 이러다가 완전히 삶에 대한 미각을 잃게 되는건 아닌지 스스로가 걱정스럽다. 

이렇게 스스로를 추스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아이에게 했던 매몰찬 충고가, 당사자에게는 약이 되는지 병이 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위로랍시고 했던 내 자신이 요즘들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아이에게 다그치기 보다는, 인생이라는 험한 여정길에서 지칠 때마다 무거운 짐을 풀고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푸근한 의자가 되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서로가 삶에 대한 미각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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