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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나무의 소중함을 느끼다.
2010-04-10 15:04:16최종 업데이트 : 2010-04-10 15:04:16 작성자 : 시민기자   전화주

지난 주 버스에서 우연히 졸업한 모교 앞을 지나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시간이 없어 찾아가지 못했었는데, 오랫만에 보게된 모교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학생들을 넓은 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주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해 있었다. 1~2년 전만 해도 기초공사가 한참이었던 아파트가 어느덧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이리 빨리 지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창 밖에서 학교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가슴 한쪽에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공허감을 느꼈다. 중학교에 들어갈 2006년만 해도 푸르른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던 곳이 이렇게 답답한 아파트 단지로 변할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었을까.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지금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렸지만, 그곳은 예전엔 나무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가 들어갈 수 없도록 벽이 있었지만, 나무가지가 벽을 넘어 자라면서 우리는 시원한 그늘과 상쾌한 공기를 선물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가진 푸르름도 빼놓을 수 없는데, 수업시간에 졸음이 밀려올때면 창밖너머에 보이는 나무들을 보며 졸음을 쫒곤 하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_1
아낌없이 주는 나무_1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아파트 공사를 위해 나무를 베어가던 날,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하시다 창밖을 보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 나무가 있어 그나마 답답함이 풀리곤 했었는데,,, 사람들이 나무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게 안타깝구나. 나무가 있을때 그 고마움을 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한숨을 쉬시며 고개를 떨구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그때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었는데... 학교를 지나치며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어떤걸 의미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나무의 소중함. 우리는 나무가 있을때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나무가 없어졌을때 비로소 나무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계영배'라는 잔을 아는가?
계영배는 사전적 의미로 넘침을 경계하는 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잔이 특별한 것이 이 잔에는 술을 가득 채울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잔의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 잔의 70%를 초과할 경우 잔의 바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술이 모두 빠저 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욕심도 계영배에 담긴 술과 같다. 끝없이 욕심을 채우려고만 하는 인간은 결국엔 그 욕심에 화를 당해 쓴맛을 맛보고 만다. 작은 것에 집착하다가 큰것을 놓쳐버리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나무의 푸르름이 아닌 아파트의 어둠을 보며 공부하게 될 후배들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무, 학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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