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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으로 드러누웠던 이틀 간의 고통
평범한 삶의 소중함
2010-04-12 17:53:50최종 업데이트 : 2010-04-12 17:53:50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며칠 전에 처음으로 장염이라는 병에 시달렸었다. 처음에는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마냥 피곤하기에 순전 피곤하여 생긴 몸살인 줄로만 알고 감기몸살약을 먹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니 피로가 가신 것 같아서,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밥 몇 숟가락 떠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토할 것 같았다. 그 때에도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토가 나오려는 걸 참으며 그래도 꾸역꾸역 계속 먹었던 것이다. 

내 몸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설사를 하게 되고서부터 이다. 처음에는 전날에 술을 좀 마셔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무얼 먹으면 배가 꾸륵꾸륵거리고 소화가 안 되고 복부가 항상 부풀어 오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인터넷에 내 증상들을 검색해보니 급성장염 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약국에서 간단히 약을 지어먹고 물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여전히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병원을 찾았다. 역시나 장염이 확실했고, 그래도 물을 많이 먹고 약도 좀 먹은 탓에 주사를 맞을 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식습관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좋아하던 치킨, 라면 등은 일절 금하고 죽과 이온음료 등으로 이틀을 꼬박 지냈다. 점점 화장실에 덜 가는 나를 보며 위안을 삼았지만,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저걸 먹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하나 먹음으로 또 며칠을 못 먹을 생각을 하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장염으로 드러누웠던 이틀 간의 고통_1
장염으로 드러누웠던 이틀 간의 고통_1
이렇게 아픈 날들을 보내고 나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전에 술을 과하게 먹고 다음 날 침대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니면서, 평범하게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그립던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그에 대한 생각을 자주 떠올리는 편이다. 후천적 장애인들을 떠올릴 때면, 나는 내 삶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 교통사고를 목격한 뒤로는 무단횡단에 대해서 너무나도 안 좋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아마도 내가 내 삶에 자주 감사하게 된 계기는 거기서 시작된 것 같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나의 눈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 보인다고 생각해보면, 그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 상상할 수 있다. 나라면 지금 살아가는 그들처럼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더러 삶을 포기한 사람들처럼 피폐하게 살아갈 것인지. 그보다는 지금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이제 장염이 거의 완치된 것 같아서 먹고 싶은 음식들에 손을 대고 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지만 장염이니 스케줄이니 때문에 약 2주 동안 미뤄왔던 운동들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평범한 삶은 그래도 평범한 노력으로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면 남들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평범하게 살 수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지금의 삶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깐 앉아있을 때, 앞 사람의 표정을 멍하니 쳐다보려는 것 보다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서 잠깐이라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염, 평범, 행복, 고통, 기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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