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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맙시다
2010-03-26 18:01:58최종 업데이트 : 2010-03-26 18:01:58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에다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어 놓고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1주일간 방치해 놓았다.


결과는 두 자동차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특별히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보닛을 열어 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방치된 지 불과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이어서 타이어도 전부 없어지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나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 뿐 인데도, 약탈이 생기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하물며 투기나 약탈, 파괴 활동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은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실시하였던 실험으로서 이때 사용된 '깨진 유리창'이라는 단어로 인해 'Broken Window'라는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 졌다.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깨진유리창의 법칙 (마이클 레빈 지음) 중에서-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맙시다_1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맙시다_1

이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1980년대,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나는 세계적인 범죄 도시 뉴욕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되었다.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이 '깨진 유리창'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지하철내 낙서의 방치 상태는 창문이 깨져 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하고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하였고, 뉴욕시 교통국은 이를 받아 들여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수행되었는데 낙서가 얼마나 많았던지 낙서 지우기를 시작한지 5년 후 에야 모든 낙서가 지워졌다.


그런데 낙서를 지우기 사작하자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75%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2008년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연구팀에 의해서도 입증됐다.

연구팀은 주위 환경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6가지의 상황을 놓고 주변 환경이 깨끗한 경우와 벽에 낙서가 된 지저분한 경우에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쓰레기통이 설치되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서 세워진 자전거의 손잡이에 광고전단을 부착하여 놓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관찰할 결과, 골목길 벽이 깔끔하게 칠해진 공간에서는 광고전단이 길바닥에 버려진 비율이 33%였는 반면에 골목길 벽에 낙서가 된 공간에서는 69%가 길바닥에 버려졌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골목길 벽에는 '낙서금지'라는 경고문구가 쓰여 있었으나 이러한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낙서가 된 곳에서는 보통 사람들도 준법의식이 약해졌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또 주위가 말끔하게 정돈된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과 쓰레기가 널브러진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 지저분한 환경 속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에 지폐가 든 편지봉투를 걸쳐놓았다.

수신자 주소가 적히는 부위의 투명비닐을 통해 봉투 안에 지폐가 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행인들이 편지봉투를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였는데. 결과는 편지봉투를 집어간 비율이 깨끗한 주위 환경의 깨끗한 우체통의 경우는 13%였으나 지저분한 환경의 깨끗한 우체통에서는 25%로 높아졌고 지저분한 환경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에서는 27%로 더 높아졌다고 한다.

연구팀은 6가지 상황 관찰에서 모두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는, 미하원의회에서 공개된 도요타 노동조합원들이 만든 자료에 의하면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리콜 된 도요타 차량은 전에 비해 45배 늘어나자  노조가 회사를 향해 "지금 문제점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도요타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회사는 큰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라고 경고 하였으며, 그리고는 "문제는 생산 주기가 짧아지는 것이다. 실험데이터가 부족하고 숙련된 기술자와 노동자가 부족하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도요타의 작업량과 작업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도요타는 안전한 차량 생산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래의 도요타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맙시다_2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맙시다_2
이에, 에드 타운스 미 하원의장은 "도요타 직원들이 이미 4년 전에 최고경영자에게 경비 절감에 따른 차량 안전성 문제를 제기 했다. CEO가 그 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좀 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을 지적했다고 한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이코노믹 리뷰 회장은 컬럼에서 위와 같은 도요타 사태를 소개하면서" '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일이 커져 막기 힘들 때 쓰는 속담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면 큰 부담을 덜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경우를 놓고 하는 말이지요. 도요타의 이같은 사례는 우리의 일상에서, 한국기업들의 경영 관행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위기' 운운하며 분주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큰 경영 전략이나 기업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정작 기업을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나 치명적인 것들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미래는 전략이나 철학의 부재가 아니라 작고 사소한 문제(깨진 유리창)에 달려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이다.
 

깨진 유리창, 도요타, 뉴욕,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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