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운전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
2010-04-08 17:42:38최종 업데이트 : 2010-04-08 17:42:38 작성자 : 시민기자   전해인

시내버스 63-1번 노선이 변경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바쁜 출근길에 적당한 곳에서 환승할 요량으로 급하게 올라탔다 버스가 북문을 지났을 때쯤 기사아저씨가 굵은 목소리로 "잠시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 버스가 노선이 변경되어 남문에서 성빈센트병원쪽으로 좌회전을 하지 않고 남문에서 매교다리지나 인계동 시청방향으로 가니 빈센트나 아주대 방향으로 가실 분은 내려서 환승 하십시요." 하는게 아닌가. 
나는 바뀐 노선이 목적지와 비슷해서 내심 반가웠다 그러나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과 몇몇 사람은 우왕좌왕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버스창문 양쪽으로 '63-1번 버스 노선변경 안내표' 라는 표시가 붙어있었다. 나도 무심코 지나쳤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랬나보다. 그리고 기사아저씨는 정류장에 정차할때마다 타는 손님들에게 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기사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에서 잘못알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는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운전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_2
운전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_2

친절한 기사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문득 옛날 학창시절 버스가 생각났다. 그때의 버스들은 왜 전부 콩나물시루처럼 복잡했던지 몸과 가방이 따로 놀기 일쑤였다. 학교에 다달았을때 간신히 몸이 빠져나왔지만 가방이 안 빠져 안내양언니와 합심해서 빼내곤 했다. 
간신히 내리고 보면 주말에 치약까지 발라가며 빨아 신은 햐얀 운동화에 발도장이 찍힐까봐 까치발로 노심초사 했는데도 발도장은 어김없이 몇개가 찍혀있고 예쁘게 빗어 꽂은 머리핀은 오간데 없고 머리는 수세미로 변해 있었다

적은 양의 버스로 배차 시간이 길어 버스하나 놓치면 백발백중 지각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타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버스안내양은 사람들을 마구 밀어 넣고 탕탕! 오라이~를 외치면 기사아저씨는 출발하면서 일부러 브레이크을 가볍게 자주 밟아 버스에 탄 사람들을 뒤로 차곡차곡 밀어넣는 방법을 많이 썼다. 서있다가 어쩌다 손잡이라도 놓치면 자리에 앉은 이의 무릎에 앉아 얼굴이 빨개질 때도 있었다.
최근 어느 작은 도시에서 노약자, 장애인등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을 위해 버스안내양을 버스에 탑승시켜 승하차를 돕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었다

어릴 때 나는 차타는 것을 좋아해 방과 후 몇몇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시내 일주를 하곤 했다. 맨 뒷자리를 친구들과 차지해 제잘대며 그때는 뭐 그리 할말도 많고 웃음도 많았는지 별거아닌 얘기에도 까르르 넘어가곤 했다. 또 학교 '천연기념물'이라 불리는 총각선생님을 서로 미래의 남편감으로 점찍고 친구들과 실랑이하기도 하고 그 선생님과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이 콩쾅거렸던 것도 생각난다. 
버스뒷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우리들을 보며 어른들은 "허허 고놈들 꽤나 시끄럽네. 그래, 저때는 소똥만 굴러가도 웃을때지" 하며 너그러이 웃어 넘겨주셨다. 

운전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_1
운전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_1
버스 종점은 대채로 시내 외곽에 있었다. 
우리가 자주 타던 버스 종점도 앞산밑에 자리잡아 버스에서 내려 산 입구 쪽으로 가다보면 길옆나무에는 아카시아 꽃이 손에 잡힐 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상큼한 향기 또한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아카시아 꽃 따다 훑어먹기도 하고 잎파리 따다가 가위바위보로 하나씩 처날려, 지는 사람이 가방 들어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튀김이나 오뎅 떡볶이 같은 간식 내기도 하고...

내가 자란 고장엔 이때쯤이면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나는 아카시아꽃만 보면 그때 그 산길, 상큼했던 향기, 같이 재잘대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 시절을 추억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