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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왔던 삶
무소유와 소통, 화해를 실천했던 스님을 보내며
2010-03-12 15:25:29최종 업데이트 : 2010-03-12 15:25:29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맑고 향기롭다는 어감이 요즘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  
사전에는 존재하는 말이되 살면서 자주 옆에 두고 아끼지 못했던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 해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를 접하면서 삶의 이정표가 조금씩 변화 하였다.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집착에서 마음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매일 한 가지씩 정리해야 한다는 말씀에 따라 이웃과 나누고 베풀려고 노력하였다.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는 너무 맑고 투명해서 이른 아침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머리를 맑게 해 주었다. 
어쩌면 말씀 마다 시를 읊어 놓은 듯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부럽고 취해서 몇 번씩 반복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었다. 
시를 외우듯 한줄 읽고는 눈을 감고 얼음 밑으로 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를 생각하며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에 담으려고 애썼다. 입속에 번지는 박하향처럼 뭉글뭉글 피어나는 향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현실과는 조금 멀리 있는 생활이지만 언젠가는 이슬 먹은 숲 속을 걸어 다니면서 뛰어 노는 다람쥐와 들짐승들의 쿵하고 뒷발 차는 소리에 깜짝 놀라도 보고 시원하게 옹달샘을 갈잎으로 물을 떠서 마시고 싶다.  
꿈이라는 것을 가지고 산다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생각 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꿈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일상이다. 

갈색 톤의 밥 상위에 싱싱한 푸성귀를 바구니 채 올려놓고 집 된장을 찍어서는 아삭아삭 씹히는 상쾌한 소리를 듣고 싶다.  찬물 한잔에 "어이, 잘 마셨다"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빨랫줄이 있고 빨강 파랑의 원색 집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더 큰 높이에는 포근한 햇살이 눈부시게 비춰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에서 혼자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의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스르륵 다람쥐가 지나가는 숲속 오솔길에 낙엽이 휭 하고 날린다. 작은 바람에도 살랑거리는 갈잎들의 합창이 더 할 수 없는 편안함과 산책의 동무가 되어준다. 
사그락 사그락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 올라온 숲 속 길을 본다. 세상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삶을 가지고 싶다고 하늘이 지붕만큼 내려온 오늘은 더 간절하다. 

생전에 앞날을 예견하고 주사 바늘로 생명을 연장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수고스러움을 빚지고 싶지 않으셨다 하셨을까? 마지막 가는 외출복 수의도, 다른 사람에게 짐 되기를 원치 않아 검소한 쉼 자리마저도 마다하셨을까? 자신에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엄격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할 정도로 너그럽고 부드러웠던 분이다. 

조금 많다 싶을 아이들의 사교육비와 집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지고 마음이 많이 복잡할 때 스님을 만나게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자꾸 더 소유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생활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산다. 언젠가는 물건들이 사람들을 소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왔던 삶_1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왔던 삶_1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여러 권의 책들 중에 스님의 책을 한권씩 끼워 빌린다. 가끔 정신 점검을 하지 않으면 욕심 갖는 생활에 빠진다. 
요즘은 얼마간 스님의 말씀이 약발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습관으로 자리 한 듯도 하다. 물건을 쌓아 놓기 보다는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라도 자주 쓰는 물건이 아니면 욕심 없이 필요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조금씩 비워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스님의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난다 해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맑고 향기로운 말씀은 계속 될 것이다. 
하늘도 슬프고 바람도 꺼이꺼이 울음을 토한다. 마음이 아프다. 휘위잉 휘위잉 바람소리가 마지막 가는 법정스님과 이별의 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법정스님, 수필, 무소유,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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